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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학교 밖' 청소년 "문제아 선입견에 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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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은 없지만...' 논란 속에 만 18세 선거권은 이번에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세대로서 할말은 많다. 기성세대가 오늘 내린 결정은, 결국 내일 이들의 몫이다. 각각 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18세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목소리를 모았다. 미래세대를 향한 주요 정당 대선후보 5인의 답변도 함께 담았다.

[[18세, 19대 대통령에게 묻다]④학교밖 청소년-1. 학생 아닌 청소년 39만명, 보듬어야]

머니투데이

#김정준군(가명·18)은 학교 밖 청소년이다.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는 집을 떠났다. 김군은 몸이 편찮은 어머니를 대신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뒀다.

#또 다른 학교 밖 청소년인 오다영양(가명·18)은 가정폭력 피해자다. 지난해 아버지의 잦은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왔고 자연스레 학업도 중단했다. 오양은 학교 밖 청소년이면서 가정 밖 청소년이기도 하다.

#경기 고양시에서 부모님, 남동생과 사는 장영희양(가명·18)은 홈스쿨을 하기 위해 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경우다. 장양은 "단지 제도권 교육을 안 받고 있을 뿐 정상적인 가정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는 교육을 받으며 디자이너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을 포함해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에 안 다닌다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에 괴롭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소위 비행 청소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한데 그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학교 밖 청소년 4691명에게 '학업중단 후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설문조사(중복 답변·2015년 7월~9월 조사)한 결과 해당 청소년의 42.9%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 편견, 무시'를 지목했다.

응답자의 28.8%는 '내 적성에 맞는 진로 찾기의 어려움'을, 26.3%는 '부모와 갈등'을, 19.9%는 '일(아르바이트) 구하기 어려움'을 각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매년 약 5만~6만명의 학생들이 학업(초·중·고등학교)을 중단한다. 2016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총 39만 명가량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 중에는 가정 밖 청소년들도 많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민간의료봉사단체 열린의사회가 지난해 11월 성인 500명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이미지'를 설문 조사한 결과 60%가량이 '문제 청소년'이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구체적으로 36.3%가량은 '술, 담배를 즐기는 가출 청소년', 30.4%가량은 '집에서 게임만 하거나 TV만 보는 청소년'이라고 답했다.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은 이런 시선에 큰 상처를 받고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열린의사회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우울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학생'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남 한국청소년사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가령 학교 밖 청소년들이 영화관에 갔다가 '청소년 할인'이 아닌 '학생 할인'만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상심하기도 한다"며 "청소년 중에는 학생이 아닌 청소년도 있다는 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사회'를 일찍 경험하다 보니 선거권에 대한 요구도 강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정준군은 "학교 안 청소년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더욱 선거권을 필요로 한다"며 "그나마 집행되는 정책은 학교 안 청소년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영희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18세 정도가 되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자녀로 둔 경험이 있다는 이해경 대전청소년교육문화센터 길잡이 교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최소한 교육감 선거권이라도 줘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교육정책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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