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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강남구청 태극기캠페인, 건설사 주머니 털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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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태극기를 활용해 대대적으로 벌인 ‘안보 1번지 강남’ 사업이 민간업체 주머니를 털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민간 건설업체들한테 태극기 제작 업체에 기부금을 보내달라고 한 혐의(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강남구청 박아무개 국장 등 구청 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민간 건설업체 50여곳에 전화를 걸어 태극기 제작업체 1곳에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민간 건설업체에 태극기 제작업체의 계좌번호를 안내하는 등 기부 독려 전화를 걸었다. 건설업체들은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 정도를 이 업체에 보냈다. 경찰은 각종 규제와 허가 문제로 구청에 ‘을’일 수밖에 없는 건설업체가 구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

태극기 제작업체는 이렇게 모인 돈 약 1억3000만원으로 태극기를 제작해 강남구가 요구하는 주민센터로 보냈고, 주민센터는 이를 홍보물로 썼다. 당시 강남구청은 대형 태극기 부착 사업, 태극기를 이용한 안보 교육, 태극기 사랑 홍보물 배포, 태극기 인증샷 캠페인 등 태극기를 이용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지자체 소속 기관과 공무원은 기부금품을 모집하고 홍보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경찰은 강남구청 직원들이 업체들한테 기부금을 내도록 강요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하지만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했다”고 진술해 구청 직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박 국장은 “태극기 사업을 단순히 홍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신연희 구청장이 업체의 협조를 받으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보도자료를 내어 “기업·유관단체 등을 상대로 태극기 기증운동을 전개한 것”이라며 “강압적인 참여유도·직권남용 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8월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 게양률이 90%에 육박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당시 <한겨레> 취재 결과 태극기 게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휴일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허술한 눈대중으로 태극기 게양률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구청 소속 공무원들은 직접 골목가 주택에 태극기를 꽂고, 일일이 아파트를 방문하면서 태극기를 달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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