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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마음은 아픈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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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잠깐 독서

한겨레

물 흐르고 꽃은 피네
금강 지음/불광출판사·1만6000원


말을 제법 많이 깨친 4살 딸아이가 얼마 전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감기에 걸려서 잉잉 울면, 엄마 마음이 아파?” ‘마음이 아프다’는 말의 뜻을 깨달은 게 신기해서 마음이 어디 있느냐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가슴을 콕콕 가리켰다. 속세에 온 지 3년, 아이도 때때로 고요한 마음에 고통이나 번뇌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는 걸까.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에서 따뜻한 가르침을 전하는 금강스님은 <물 흐르고 꽃은 피네>에서 “마음은 아픈 곳에 있다”고 적었다. 참선의 길은 일상에 있다. 스님은 평범한 나날의 크고 작은 뉴스, 미황사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파괴된 마음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전한다. 이를테면 이런 사례. 숭례문 화재 이후에 스님이 계신 절에 방화시설을 보완하고 마당 곳곳에 방범등을 밝게 켜두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보는데 숲속에서 보는 별빛보다 흐리게 보여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산속 절집이 대낮만큼 환한 탓이었다. 그날 저녁의 생각을 스님은 이렇게 썼다. “사람의 마음도 답답함 속에서 오히려 비약하는 길이 있지 않을까요. (…) 수많은 불을 켜놓으니 기실 그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진정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모르고 미망 속에 두서없이 켜놓은 것들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은 이렇게, 인간의 갖은 감정과 욕심에서 만들어진 마음의 구름을 걷어내는 방법을 차분하게 전달한다.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어떤 페이지, 어떤 구절에서는 “아!” 하고 탄성이 터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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