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회고록서 5·18 헬기사격 증언한 조 신부를 ‘사탄’이라 망언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일빌딩 탄흔 조사에서 헬기 사격 확인
조 신부 선종 때 통장 0원…전씨 1000억원 대 추징금도 아직 미납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의 생전 모습.한겨레 자료 사진 |
‘누가 사탄인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한 전두환이 검찰에 고소당했다. 고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27일 오후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조 신부는 광주지검에 이날 직접 고소장을 냈다. 조 신부는 이날 <한겨레>에 “광주를 학살하고도 참회를 모른다. 적반하장이다. 이는 고인 뿐 아니라 광주 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 고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분수다. 전두환은 최근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89년 2월 국회 청문회 때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이거나)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두환의 주장과 달리 5·18 당시 헬기사격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광주시 의뢰로 4차례 진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조사에서 헬기 사격으로 추정되는 탄흔은 건물 안팎에서 모두 193개가 발견됐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안전실장은 지난 19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150개의 탄흔들이 부챗살 모양으로 퍼져 헬기 창문에 거치된 기관총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5·18기념재단 등 5월단체는 성명을 통해 “광주시민을 우롱하고 역사를 농단하는 회고록을 즉각 폐기하고, 전두환은 광주시민 앞에 역사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조 신부는 ‘오월의 사제’였다. 조 신부는 80년 5월26일 광주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계엄군을 저지하기 위해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다. 그는 1989년 열린 5·18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에 나와 “신부인 나조차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며 ‘신군부’의 시민학살을 생생하게 증언한 바 있다. 조 신부는 또 아낌없이 스스로를 비운 사제였다. 지난 해 9월 선종하기 전 남아 있는 가구와 책까지 복지법인에 기부했던 조 신부가 남긴 통장의 잔고는 0원이었다. 그는 선종 전 조카 신부 앞에서 눈물로 참회했다. “주여, 나약한 인간으로서 과실이 있다면 용서해 주십시요. 그리고 이 고통을 받아 주십시오”
최근 회고록을 통해 광주 살상행위를 부인하고 있는 전두환씨.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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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오월의 학살자’였다. 전두환은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가지의 죄목이 모두 유죄로 확정됐다. 1997년 4월17일 대법원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해 성립하는 범죄”인 내란목적살인죄로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무고한 양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행위에 대해 내란목적살인죄로 처벌한 것이다. 전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기로 감형됐다. 정권을 잡기 위해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광주시민을 살상한 범죄도 ‘폭동’ 행위로 내란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의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 됐다…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발포 명령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전두환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현재까지 추징한 액수는 1148억원에 불과하다. 1000억원 가량을 아직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책 판매 수익금 추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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