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맞아 여행객 증가 전망…주의 당부
- 2015년 전 세계 사망자 약 43만여명으로 추정
- 해외 위험지역 갈땐 예방약 먹고 긴옷 입어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맞아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아프리카로 공연을 떠났던 국립민속국악원의 여성 무용단원 두 명이 귀국 후 말라리아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들은 같은 해 6월 초 출국, 월드컵 개최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을 돌며 문화 공연을 펼쳤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들이 우리나라를 떠나기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었지만, 효과가 떨어지는 약을 복용해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부작용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발병하기까지 했다. ARDS는 회복 가능성이 매우 작은, 무서운 질환이다.
지난 25일은 ‘세계 말라리아의 날’이었다. 2000년 아프리카 정상회의가 회의 개최일(4월 25일)을 ‘아프리카 말라리아의 날’로 제정했다가, 2007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결의에 따라 이듬해부터 ‘세계 말라리아의 날’로 확대돼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우리나라에서 삼일열 말라리아를 주로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사진제공=질병관리본부] |
대대적인 개인 위생 개선과 방제 작업을 통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말라리아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7년 전 무용단원의 사례처럼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최장 11일의 ‘황금연휴’가 이어지며 해외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외 말라리아 위험 지역 거주자와 방문객에게 주의해 줄 것을 각별히 당부했다.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질환으로, 인체에 감염되는 유형은 삼일열 말라리아ㆍ열대열 말라리아ㆍ사일열 말라리아ㆍ난형열 말라리아ㆍ원숭이열 말라리아, 5종이다.
말라리아는 여전히 위협적인 감염병 중 하나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 뇌염, 뎅기열 등에 감염돼 목숨을 잃는 사람은 한 해 72만5000명으로 ▷뱀(5만명) ▷개(2만5000명) ▷악어(1000명) 등 다른 동물로 인한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 가운데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것은 말라리아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에 걸린 어린이가 1분에 1명꼴로 숨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직 ‘말라리아 안전지대’가 아니다. ‘후진국 병’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해마다 환자가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반 말라리아가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3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복무 중이던 군인에게서 말라리아가 확인된 이후 환자 발생이 증가, 2000년 한 해동안 4183명에 달하기까지 했다.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 2011년 1000명 아래(826명)로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는 673명(국내 발생 601명ㆍ해외 유입 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국내 발생 말라리아 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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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확인된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 1종으로 휴전선 접경 지역인 인천ㆍ경기ㆍ강원 북부 지역에서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5∼10월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치료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WHO 자료를 보면 현재 91개국이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2015년에는 2억명 이상이 감염돼 이 중 42만9000명이 사망한 것으로는 추정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해외 말라리아 위험 지역은 국가에 따라 발생 종류와 약제에 대한 내성이 다르므로 여행 전 의사와 상담하고 여행 지역에 따라 적절한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여행 지역에서는 야간 외출을 자제하고 긴 옷을 입는 것은 물론 잘 때 모기장을 사용해야 하며, 땀을 흘린 뒤에는 반드시 샤워하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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