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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품절대란 ‘국립 굿즈’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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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구·사무용품에서 패션의류까지

국립 문화·예술 기관 문화상품 인기

지난해 온라인숍 매출, 전년 대비 40% ↑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새긴 텀블러

고려청자 모양 본뜬 메모지 등 눈길

“전시 만족도 높아진 결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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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문화상품 ‘별 헤는 밤 텀블러’. 윤동주 시 ‘별 헤는 밤’의 구절을 각각 단어로 세분화해 별자리 모양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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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문화·예술 기관이 내놓는 문화상품(굿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립 굿즈’에 대한 관심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로 ‘국립중앙박물관 굿즈’가 가장 먼저 제시될 정도다.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열린 중앙박물관 특별전 ‘이집트 보물전’은 관람객 35만여명이란 기록만큼 문화상품이 화제를 모았다. ‘고양이 신’을 형상화한 피규어와 거울, 엽서, 머그컵, 유리 향수병 등 문화상품이 큰 인기를 모은 것. 특히 향수병은 전시가 끝나기도 전에 품절됐다가 재입고된 뒤 다시 동나는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이집트 굿즈, 아, 아니 보물전 보러 갔어요”(@upon****)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집트 보물전 굿즈 구입할 겸 전시 보러 갔는데…”(@wish****) “이집트 보물전이 이집트 토벌전 돼버림, 굿즈 품절이래요!!!”(@heal****) 같은 글들이 오르기도 했다. 문화상품이 수집품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 대상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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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문화상품 ‘별 헤는 밤 유리컵’.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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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국립박물관의 문화상품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제작된다. 크게 문구·사무용품, 패션소품, 생활소품, 공예·문화재 재현품, 한글을 테마로 한 소품, 어린이 상품, 도서 등 7가지로 구성된다. 오프라인 판매는 각 박물관에서 이뤄지고, 온라인 판매는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온라인숍’(www.museumshop.or.kr)으로 일원화돼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미경 사업개발팀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문화상품 매출은 온라인숍에서만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건 사무·문구류, 컵·우산·의류 같은 생활소품 등 실용적인 아이템이다. 또 지난해 기준 상설전시보다 기획전시 관람객의 문화상품 구매률이 2~3배 높게 나타난다. 자신의 문화적 취향에 맞는 전시를 선택해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전시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려는 경향도 강한 것 같다. 온·오프라인 외에 전화로 주문하는 분도 많다. 주로 외국여행 갈 때 한국 문화를 알릴 용도나 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려고 주문하신다. 박물관 굿즈를 찾는 분들이 급증하면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어떤 문화상품을 원하는지 조사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 문화상품이 인기를 끄는 요인에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문화상품 개발을 해왔는데 그 성과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재단에서 문화상품 담당자를 두고 자체 개발하기도 하고, 디자이너에게 인세를 주고 협업하는 상품도 있다. 아이디어를 모으는 통로가 다양해진 점도 문화상품 인기의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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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상품 ‘모란 금속접시’. 모란은 별명이 ‘화왕’일 정도로 화려한 꽃이다. 꽃잎이 풍성해 ‘부귀화’로도 불렸다. 조선시대 신분과 상관없이 널리 애용하던 무늬로 혼수·가구·도자기 무늬로 자주 쓰였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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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 문화상품도 꾸준히 인기다. 문구·사무용품, 생활용품, 인테리어 소품, 주방용품, 패션잡화, 장신구, 도서·악기 등 250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상품점명 고궁뜨락), 덕수궁(돌담길), 창덕궁(동궐마루), 경복궁(버들마루), 인천공항(한국전통문화센터 사랑), 한국의집(문화상품관), 집옥재(고종의 서재. 현재 카페로 단장돼 일반에 개방)에서 만나볼 수 있고 온라인에선 ‘전통문화 테마숍 KHmall’(www.khmall.or.kr)에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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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상품 ‘수제 공기 세트’. 실내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전통놀이인 공기는 다섯 개의 동그란 돌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공중에서 올리고 받는 놀이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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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전수자 16명의 작품을 접목한 문화상품을 주요하게 내세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보유자 박종군씨의 장신구, 제77호 유기장 보유자 이형근씨의 전통식기, 제28호 악기장 김복곤씨의 전통악기, 서울무형문화재 제37호 옥장 보유자 엄익평씨의 옥 장신구, 경기무형문화재 제17호 생칠장 보유자 송복남씨의 생옷칠, 제18호 옥석장 보유자 김영희씨의 장신구, 제43호 금은장 보유자 이효준씨의 장신구,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보유자 박강용씨의 옷칠 식기, 국가무형문화재 제53호 채상장 이수자 김영관씨의 채상(대나무를 엮어 짠 고리), 제108호 목조각장 이수자 김완배씨의 하회탈, 제119호 금박장 이수자 김기호씨의 금박 함, 제22호 매듭장 이수자 김은숙씨의 매듭 향낭·브로치·목걸이, 제22호 매듭장 박명희씨의 매듭 안경줄·목걸이, 제35호 조각장 이수자 장희방씨의 금속조각 목걸이·브로치, 제48호 단청장 김석곤씨의 단청채색 접시·액자·필함,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징장 이수자 이경동씨의 유기 술잔·수저 등을 한국문화재재단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접할 수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상품실 김기삼 팀장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정도 올랐다. 문화상품의 범위가 기념품 위주에서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넓어진 게 주효한 것 같다. 주로 판매되는 것도 전통문양을 활용한 섬유, 문구·사무용품, 생활소품 등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구매하는 외국인들은 경회루 명함꽂이, 궁 일러스트 자석 등 궁궐의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온라인에선 외국인 선물 용도로 나전을 활용한 보자기, 명함, 손거울, 보석함 등이 잘 팔린다”고 소개했다.

‘국립 굿즈’ 인기 현상은 전시 기획 수준과 시민의 안목이 동시에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신의 경희대 교수(문화예술경영학)는 “관람객은 만족스런 예술 경험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 한다. 기념품이나 문화상품은 결국 예술 콘텐츠를 일상으로 연계하면서도 그 경험을 확장하는 도구다. 관람객이 문화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동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시 만족도’다. 한국의 전시 기획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관람객이 선호하는 문화상품이 재현품·도록 같은 장식품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요즘 관람객은 곁에 두고 일상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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