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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정배의 내 인생의 책] ①나의 생애와 사상 | 알베르트 슈바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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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힘이 실리려면

중·고교 시절 나는 학교가 정해놓은 몇 사람의 위인들 중 유독 ‘밀림의 성자’로 불리던 슈바이처 박사가 좋았다. 의사인 줄만 알았던 그가 칸트 연구자이자 신약성서학자였고 바흐의 곡들을 연주하고 책을 썼던 음악가였음을 안 것은 한참 후였다.

경향신문

20대 말 유학을 앞두고 있을 때 스위스 바젤의 선생이 슈바이처와 사상적 교류가 깊은 학자인 것을 알고 관련 책들을 접했다. 그때 읽었던 자서전 <나의 생애와 사상>은 주저앉은 삶을 일으키는 영혼의 책이 되었다.

모든 것을 다 가졌던 그를 아프리카로 내몬 것은 성서 말씀을 곱씹은 결과였다. 어린 시절 목사관에서 들었던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이 그를 추동했던 것이다.

‘예수’의 생애를 연구한 성서학자로서 자신의 신앙적 결단에 근거해서 말로 들었던 것을 삶으로 풀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아프리카로 떠나기 직전 가르치던 대학 강의실로 향하는 자신의 눈길을 애써 감추며 이별을 아쉬워했던 그의 고뇌가 인간적이어서 참 좋다.

아프리카로 향하면서 슈바이처는 교수직을 포기했고,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연주)을 접어야 했으며 경제적 자립을 꿈꿀 수 없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삶을 썩게 되는 밀알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활동이 알려지면서 그는 더 풍성한 삶을 이뤘다. 노벨상 수상자로서 세계 곳곳이 그의 강단이 되었고 우기(雨期)를 견디는 특수 오르간을 선물로 받아 바흐 연구서를 냈으며 강사료와 후원금으로 아프리카에서 병원을 키울 수 있었다. 그렇기에 슈바이처는 위 책에서 성서적 진리가 자신의 삶을 통해 이뤄졌다고 확신했다. 죽어야 사는 것이라고. 나는 무엇을 포기해 본 적이 있었는가? 성서의 말씀이 제소리가 된 적이 있었는가.

<이정배 | 전 감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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