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
한 낮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완연한 봄 날씨 속에, 목포 신항에는 온종일 부는 바람으로 노란 리본이 하염없이 나부꼈다.
누군가가 얼굴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리본의 촉감을 느끼며 목포 신항 철책 사이로 먼 곳을 바라보면, 처참한 모습으로 인양된 세월호의 생경한 모습이 보인다.
추모객들이 한 발씩 다가가자 굳게 닫혀 있던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로 향하는 철책 문이 살짝 열렸다.
원래 닫혀 있는 문이지만 추모객들이 세월호를 볼 수 있도록 잠시 열리기도 한다.
그 안에 들어온 추모객은 까치발을 들고 수습본부 임시 건물 너머의 세월호를 보며 절로 나오는 탄식을 입 밖으로 흘러냈다.
'엄마 나가고 싶어요…제발 찾아주세요'라는 문구 뒤로 놓인 9명의 미수습자 얼굴 사진 앞에서는 미수습자 가족들과도 간혹 만날 수 있다.
위로와 격려의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는 추모객들의 손을 한 명 한 명 잡으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들은 "내 딸, 내 남편도 찾아서 추모할 수 있게 목포 신항에 오면 '미수습자 수색 촉구 피켓'을 함께 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희망의 바람이 불길' |
추모객들 속에는 학생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 중고등학생·대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세월호가 한눈에 보이는 목포 신항을 찾았다.
이들은 추모 메시지를 적고, 봉사활동을 하고, 추모 시를 낭송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했다.
목포여중 학생들은 "가족을 잃은 가족들도 눈물을 흘렸겠지만, 세월호와 함께 가족을 떠난 이들도 더 큰 아픔을 느낄 것이다"는 글귀 등을 목포 신항만 도로 한가운데 전시하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방문한 목포시민 김 지정(26·여) 씨는 "세월호가 진도에 있을 때는 직접 가보지 못해 이제라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홀로 찾아왔다"며 "직접 와서 보니 마음이 무겁고,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니 눈물이 계속 나오는데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을 찾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기원합니다' |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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