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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남아도는 쌀]① "가득 쌓인 벼를 보면 한숨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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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마다 가득…정부 양곡 창고 3천900여 곳. 보관비만 한해 2천억원

창고 관계자 "오래되면 미질 떨어져 동물 사료용으로 쓸 수밖에…"

[※ 편집자 주 : 정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쌀 재고량이 무려 351만t에 달한다고 합니다. 실제 전국 양곡 창고마다 쌀가마니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쌀 소비 촉진 등 정부의 여러 정책적 시도에도 쌀 재고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남아도는 쌀]이라는 주제로 4편에 걸쳐 공공비축미 등이 보관된 양곡 창고를 찾아 실태를 전하고, 쌀 재고 현황과 원인, 문제점 점검과 함께 대안을 짚어봅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정부 양곡 보관료로 한 창고에 매월 100만원 넘게 받지만, 2년 넘게 출하되지 않은 채 가득 쌓인 벼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올가을 수확 전에는 모두 출하돼 창고가 비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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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가득 찬 정부 양곡 보관창고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A 농협 창고 관리자는 뒤편 창고에 가득 쌓인 정부 양곡(공공비축미)을 보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실내기온이 15도를 밑돌아 다소 시원하게 느껴지는 330㎡ 규모 창고.

창고 안에는 어른 키 3배는 족히 넘을 높이로 톤백(ton bag)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톤백은 합성섬유로 만든 1t들이 대형마대로, 한 개에 800㎏의 벼를 담고 있다.

이 농협은 창고에 570개 톤백을 보관하는 대가로 월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여기에는 2014년 사들여 여태껏 출하되지 않은 벼도 있었다.

창고 5동 가운데 3동에는 지난해는 물론 3년 전 수매한 공공비축미도 가득했다.

농협 관계자는 "쌀 소비가 안 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가을이면 새 수매물량을 넣어야 하는데…"라며 푸념했다.

그는 "당분간 묵은 쌀이나 벼 출고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며 "벼를 창고에 2년 넘게 보관하면 미질이 떨어져 식용이나 가공용이 아닌 사료용으로 쓸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현장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에게 "쌀이 부족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쌀을 동물에게 먹여야 한다니…"라는 '이건 아니다'라는 투의 씁쓸한 한마디를 던지고는 창고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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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된 공공비축미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공비축미를 보관 중인 인근 1천㎡ 규모의 민간창고.

지게차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공간만 남은 이곳에는 공공비축미를 담은 톤백 1천700개와 시장 격리곡을 담은 40㎏ 마대 25만 개가 보관돼 있었다.

창고주는 보관료로 월 4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창고 관리자는 "돈(보관료)을 받기는 하지만, 2014년부터 지난해 수확한 벼가 나가지 않고 떡하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며 "묵은 벼가 나가고 새 벼가 들어와야 하는데,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라고 권하는 세상이니 그게 잘 될 리가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정부 돈을 받아서 정부 양곡을 관리하는 농협이나 민간업자는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민간미곡처리장이나 정미소는 쌀값이 떨어지면서 문 닫는 곳이 늘고 있다"며 "일부는 아예 정미업을 그만두고 창고업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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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가득 쌓인 공공비축미



공공비축미는 군수용, 재해나 비상시 복지용, 가공용, 동물용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쌀이나 벼를 말한다. 농협이나 민간창고 등에 곡물 종류, 생산연도, 등급, 품종을 나눠 보관한다.

공공비축미 보관창고는 15도 이하 온도와 11∼12%의 곡물 수분을 유지해야 하고 훈증소독과 철저한 관리로 병해충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농협이나 민간업자, 대한곡물협회가 운영하는 창고가 보관장소로 활용된다. 대신 저온창고는 하루 t당 236원, 일반창고는 t당 200원 정도의 만만찮은 보관료를 받는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북에만 농협 창고 586동, 대한곡물협회 창고 260동, 개인 창고 43동 등 총 889동에 40만t가량의 공공비축미가 보관돼 있다.

전국의 정부 양곡 보관창고는 3천900여 곳.

한해 보관비만 2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정부가 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재고가 늘면서 보관료도 매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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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비축미 가득 쌓인 농협 창고



k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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