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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친중’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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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6일 간접선거서 첫 여성 행정장관으로

중국 정부와 친중 선거위 지지로 당선

여론 반발, 반중국정서 등 직면



한겨레

26일 선거위원회 간접선거에서 홍콩 행정장관으로 당선된 친중 성향의 캐리 람 후보(가운데)가 존 창 전 재무사장(오른쪽),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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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올해 ‘반환’ 20주년을 맞이하는 홍콩의 자치정부 수반인 행정장관 선거가 치러진 26일, 중국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건제파(범친중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캐리람이 당선됐다.

1200명 정원(현재 1194명)의 선거위원회 간접선거에서 람 당선인은 1차투표에서 과반을 가뿐히 넘긴 777표를 얻어 1997년 영국으로부터의 ‘반환’ 이래 첫 여성 행정장관의 탄생을 신고했다. 지난 1일 마감한 선거위원 공개 추천에서 이미 580명을 확보한데 이어, 당시 어떤 후보의 추천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269명 가운데 대부분인 약 200명이 26일 본선에서 람 후보를 지지했다. 렁춘잉 현 행정장관이 5년 전 얻은 689표도 훌쩍 넘겼다. 결국 민주파와 존 창 후보 진영의 ‘전략적 연대’는 역부족이었고, 그들이 기대했던 ‘표 이탈’은 없거나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람 당선인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행정가’로 평가되지만, 그가 현재 홍콩의 정치 상황을 원활하게 이끌어갈지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가 많다. 가장 큰 원인은 그를 당선시킨 선거위원회가 정작 홍콩 사회의 민심을 대표하지 못해, 그가 얻은 표 만큼 민의의 지지가 있었다고 보기 힘든 탓이다. 선거 전 최종 여론조사를 실은 지난 22일 홍콩 <명보>를 보면 람 당선인의 지지율은 32.1%에 지나지 않았다. 낙선한 존 창 전 재무사장(52.8%)에 한참 뒤지는 수치다. 10~19일 홍콩의 범민주파 시민단체가 전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해 6만5000명이 참여한 ‘찬반 가상투표’에서, 람 당선인은 96.1%가 반대하는 후보였다. 대조적으로 존 창은 91.9%가 지지하는 후보였다.

그럼에도 람 당선인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홍콩 안정의 최적임자로 본 중국 중앙정부의 ‘선택’과 친중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선거위원회 구성 때문이다. 출마 의사가 없다던 그는, ‘친중’ 성향이 과도하다고 평가되는 렁춘잉 행정장관이 지난해 12월 불출마 의사를 밝히자마자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다. 람 당선인은 2014년 홍콩인들의 반중 시위였던 ‘우산 혁명’ 때 학생들과 공개 토론에 나서 강경한 정부 입장을 대변하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눈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학생들의 중대 요구사항이 ‘행정장관 직접선거’였다는 점에서, 람은 본인이 직접선거 여론을 누르고 간접선거의 혜택을 받아 당선된 모양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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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당선인은 당선 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누구에게 투표했건 홍콩의 미래에 선거위원들이 보여준 관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대학 시절 사회운동에 투신했다며 ‘우산 혁명’ 지지자들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감이 홍콩의 ‘반중 정서’를 대변한다는 점에선, 중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홍콩인들은 중국이 ‘반환’ 때 약속한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약속을 어겼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람 당선인은 오는 7월1일 ‘반환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와 더불어 정식 취임해 임기를 시작한다. 이 행사에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고, 10주년 때와 같은 열병식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산시위의 학생 지도부였던 조슈아 웡은 <시엔엔> 인터뷰에서, “이번 행정장관 선거는 홍콩 시민들의 선거가 아니라, 시진핑의 선택이었다”며 “7월1일에 대규모 시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 전날인 25일에도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열려 1000명 가량이 참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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