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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베스트셀러 역주행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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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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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는 출간 직후다. 언론의 집중 보도와 온라인 서점 노출의 수혜를 받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당당히 신간 매대를 차지하고 눕는다. 시간이 지나면 구간 서가에 꽂히고, 베스트셀러 차트에서도 순위가 하락한다.

그런데 종종 역주행 신화를 쓰는 책이 있다. 순위권 밖에서 '부활'해 당당히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이다. 한 달 이상 순위권을 유지하는 책이 없을 만큼 각축전이 치열한 올해 서점가에서 역주행하며 인기몰이 중인 책들의 비결을 알아봤다.

지난주 교보문고 종합 1위를 차지한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말글터)는 지난해 8월 출간된 책이다. 무명 작가의 에세이로, 출간 당시에 반응이 미미했지만,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상승해 1위까지 차지했다. 기자 출신으로 페이스북 친구가 4000명에 달하는 저자의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이 인기 비결이다. 저자는 책과 관련한 포스팅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다. 독자들의 후기에는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책은 70.1%에 달할 만큼 여성 독자의 구매가 많았고, 30대 독자가 40.5%, 20대 독자가 34.9%로 젊은 층의 구매가 압도적이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저자의 활발한 SNS 활동과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한몫한 듯하다. 감성 에세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시기나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교보문고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도 최근 돋보이는 역주행 베스트셀러다.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1월 말 개정 신판을 다시 펴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전후해 민주주의와 국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판매량이 뛰었다. 시사토론과 정치예능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높아진 저자의 인기도 판매를 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한국 소설 중에 가장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알라딘 소설 분야 1위, 종합 7위에 올랐다. 총 2만3000부가 나갔는데, 여성 독자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1982년에 태어나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서른한 살에 결혼해서 딸 하나를 낳아 키우는 김지영의 삶을 담담히 그린 책이다. 여성으로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차별과 편견을 르포르타주처럼 그린 이 책은 지난해 거세게 분 페미니즘 도서 열풍의 주역으로 활약한 데다 최근 국회발 뉴스의 수혜를 입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초 책 300권을 구입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선물한 것. 책을 선물하며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김지영'이 있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시윤 민음사 홍보팀장은 "지난해 나온 민음사 소설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소설이긴 했지만, 보도 후 20위권 밖에서 단숨에 10위권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출간돼 10만부를 돌파한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도 최근 순위가 급상승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생애 최고의 논픽션이라는 장문의 서평을 올리면서다. '빌 게이츠 효과'로 이 책은 지난주 교보문고 10위에 올랐다. 백지연 흐름출판 편집장은 "그동안의 독자들이 문학과 과학에 관심 많은 계층이었는데, 경제경영서를 주로 읽는 오피니언 리더 독자들의 유입이 일어났다. 서평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의 추천은 출판계에 효과가 큰 편이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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