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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문형표 지시받고 삼성합병 찬성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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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前간부들 법정 증언

조선일보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문형표(61·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복지부 고위 공무원들은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대해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의식한 복지부 공무원들이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놓고 문 전 장관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는 문 전 장관 측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이다.

이태한 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2015년 7월 6일 문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위원들 성향을 파악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문 전 장관은 기권이 예상되는 한 위원에게 직접 연락해 찬반 의사를 확인하기도 했다고 이 전 실장은 증언했다.

문 전 장관은 같은 달 8일 전문위에서는 합병 성사가 어렵다는 보고를 받자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전 실장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조남권 전 연금정책국장은 "문 전 장관 지시를 받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복지부로 불러 투자위에서 결정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전 국장은 "그 자리에서 일부 국민연금 직원은 전문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항의하기도 했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같은 달 10일 내부 투자위에서 삼성 합병에 찬성하기로 의결했다. 이 전 실장은 "문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복지부 공무원들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불법 개입해 찬성 결정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문 전 장관이 메르스 사태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전 실장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이사장이 장관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라는 표현을 써 28년간 복지부에서 재직한 공무원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문 전 장관이 재직 당시 안종범 전 수석의 의견을 중시해 복지부 내부에선 안 전 수석이 장관인지 누가 장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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