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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파장 커지는 브라질 ‘썩은 고기’...중국, EU도 브라질 고기 수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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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유럽연합(EU), 칠레가 브라질 ‘썩은 고기’ 파동 이후 20일부터 브라질산 고기 수입을 막기로 결정했다. 전날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산 고기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고 자국 주재 미·중, EU 각국 대사들을 대통령 관저로 초대해 바베큐 파티까지 벌였지만 소용 없었다. 브라질산 썩은 고기에 대한 우려가 세계 각국으로 겉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EU는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썩은 고기를 시중에 내다 판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들의 제품을 EU 국가들로 선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리코 브리비오 EU 대변인은 “EU는 어떤 기업이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업체들의 제품의 선적을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의 이름과 수입 중단 조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몇시간 뒤 블라이루 마기 농업장관은 중국 정부가 자국 항구에 들어온 브라질산 고기 컨테이너의 적하를 막았다고 전했다. 마기는 “중국이 통상 금지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면서도 해당 컨테이너에 실린 육가공품에 대해 추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지난해 약 15조5600억원 어치의 고기를 수출했는데 중국이 이 중 3분의 1을 사들였다. 칠레 정부도 이날 브라질산 고기 수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마기 장관은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21개 육가공 공장 제품의 수출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라질 국내 판매까지 막지는 않았다. 연방경찰은 지난 17일 경찰관 1000여명을 투입해 육가공 공장 30개와 관련시설 194곳을 급습하고,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회사 중 하나인 BRF 공장을 포함해 3개 공장 문을 이날 바로 닫게 했다.

하지만 마기 장관은 경찰 조사가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업체 사례를 부각해 위생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대다수 업체들의 노력을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테메르 대통령도 이날 상파울루의 주브라질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농산업이 (나쁜 행태를 벌이는) 작은 무리들 때문에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일부 업체 행태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가 경찰까지 비난하고 나선 이유는 육가공품이 수년간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육가공품 수출국이다. 지난해 소고기, 닭고기 수출로만 14조원 넘게 벌었다. 브라질은 세계 4번째 돼지고기 수출국이기도 하다. 육가공품 시장의 큰 손인 미국까지 수입 중단조치에 가세하고 전면중단까지 간다면 브라질 경제에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마기는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고 소망한다”고 말했다.

썩은 고기 파동의 불똥은 다른 남미 국가들에게도 튀었다.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EU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농축산품에 EU와 같은 수준의 위생규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카 페소넨 유럽농업협동조합협회 회장은 “브라질 사례에서 보았듯이 메르코수르 국가들은 우리같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텔레수르는 지난해 10월 EU와 메르코수르의 무역협정 당시 농축산품을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면서, EU가 브라질 사태를 이용해 EU의 식품위생규정을 따르도록 강제하도록 하는 등 다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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