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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실험·연구 스스로 해본 경험이 합격문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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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영재고 입학은 어떻게?

과학·과학예술 영재고 8곳 전형 발표

서류-영재성 검사-합숙면접 3단계

2단계서 영재교육원·사교육 통해

다양한 풀이방식 접하는 게 현실

1단계 준비는 독서·동아리 활동 등

‘주제 탐구’ 스스로 해본 경험 중요



한겨레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이 과학에 관심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열린 과학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과학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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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학교와 과학예술영재학교(이하 영재고)가 입학전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4월 초부터는 본격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영재고는 영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한 고등학교로 주로 공학계열, 자연계열을 공부한다. 세부적으로 천문학·물리학·화학·생물학·수학·기계공학·인문예술 등으로 나뉜다.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과학예술영재학교를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 학교 이름이나 이공계 인재를 기른다는 취지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학영재학교가 과학고에서 전환했는데 대부분이 학생들에게 익숙한 ‘과고’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더 그렇다. 과학예술영재학교는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이 조화된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2015년 처음 도입했다.

영재고는 영재교육진흥법,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운영한다. 과학고는 광역 단위 모집의 전기 학교로 해당 학교와 특목자사고 가운데 한 곳만 지원할 수 있지만 영재고는 전국 단위 모집이며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과학고나 특목자사고에 복수지원할 수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영재고는 보통 무학년 무학급제로 적성과 관심에 따라 교과를 선택할 수 있는 학점제를 운영한다. 반면 과학고는 교육과정에 따라 학년마다 필수 이수 단위나 과목이 정해져 있다. 영재고는 이공계 대학과 연계해 연구 및 실험 위주 활동을 하며 대학 과목을 선이수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지만 과학고처럼 조기 졸업은 안 된다.

학교 이름 비슷하지만 모집·운영 방식 달라

현재 전국에 과학고는 20개교이며 영재고는 한국과학영재학교·서울과고·경기과고·대구과고·광주과고·대전과고 등 6개교다. 과학예술 분야 영재고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2곳이다.

영재고 모집전형을 보면 1단계는 학생 기록물 평가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추천서 등을 평가하며 2단계는 학교별로 영재성 검사를 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한다. 3단계는 과학캠프 형식의 합숙면접이다. 구술 및 인성 면접, 실험설계 등으로 진행한다.

영재고 입학 때 가장 중요한 것은 2단계 ‘영재성 평가’다. 이 평가는 수학·과학 관련 지필고사 형태로 치러진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구과고나 세종과고는 1단계 서류 평가에서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 2단계 시험에서 백지를 내거나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합격인 셈이다. 이 학교는 중복 지원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즉, 2단계 영재성 평가에 조금 자신이 없더라도 1단계 서류 평가에서 학생부 기록이 충실하다면 지원해 볼 만하다.

경기과고는 1단계 서류 평가와 2단계 영재성 검사를 같은 날 진행한다. 서류 평가가 좀 떨어져도 영재성 평가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합격 가능성이 크다. 학교마다 서류 평가 기준이 달라 학생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 지원한 뒤 서류 합격한 학교 가운데 원하는 곳에 2단계 시험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올해 중3인 학부모 김아무개(45)씨의 아들은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학·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좋아하는 과목을 연구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영재고를 선택했다.

“신문에서나 주변을 통해 보고 듣긴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학원에서 얻는다. 관심 분야 책도 꾸준히 읽고 영재고 입시 대비 학원도 다니고 있다. 학원에서는 고교 교과 공부를 선행하고 영재고 입시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창의적 문제 풀이를 배운다.”

김씨는 “내신이나 학생부 관리는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지만 주변을 봐도 2단계 준비는 거의 다 학원을 통해서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과학영재학교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를 보면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혹은 경시대회 수준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중학교 수준의 내용을 철저히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필요’라고 나와 있다. 학교 관계자는 “수학문제 같은 경우 대문항 다섯개에 소문항이 딸려 나온다. 풀이 시간은 세 시간 정도”라며 “단순히 선행학습 지식이나 기계적인 반복 학습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종합적인 사고력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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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이 천체과측 기초 수업에서 망원경을 활용해 달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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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평가는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핵심

올해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한 이아무개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끔 학원 특강을 듣고 학교 선배들 조언을 통해 관련 문제집을 찾아 혼자 풀었다”며 “사교육을 받은 친구들이나 영재교육원 경험이 있는 아이들도 있다. 선행이 필수는 아니지만 플러스알파는 맞다. 다양한 풀이 방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차 영재성 평가는 중3 교육과정 수준에서 개인의 영재성이나 창의성을 보여줘야 한다. (선행을 하더라도) 주입식으로 지식을 담는 게 아니라 열린 사고로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예술영재학교는 융합전문교과 20% 이상을 편성한 것을 빼면 과학영재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2단계에서 인문·예술적 소양 평가(에세이 쓰기)를 추가로 본다. 문제는 두 학교가 공동 출제한다. ‘분석력과 통찰력을 요구하는 문항을 통한 인문예술적 소양 평가’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관계자는 “‘에세이’라고 하면 논술이라고 생각해 논술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는 논술처럼 문장 형식이나 논리력을 보기보다 분석과 통찰력을 위주로 평가한다”고 했다.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고 통찰력을 발휘해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다. 매년 난이도를 조절해 총 시험 시간도 달라지며 기출문제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영재고 입시를 원하는 학생들이 특별히 준비해야 할 건 뭘까. 엠베스트의 김 연구원은 “2단계 영재성 평가는 사교육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지만 서류나 면접 평가는 학생이 스스로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 평소 수학·과학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주제 탐구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3단계 합숙면접 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급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했던 활동을 자소서에 녹여 쓰거나 합숙면접에서 실험설계나 연구 활동을 할 때 활용할 수도 있다.

흔히 과학고나 영재고를 ‘의대 진학’의 발판으로 삼는 이들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의대 진학할 때 추천서를 안 써준다든지 대학 진학 후 고등학교 장학금을 다시 토해내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공식적으로 의대 진학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제재는 없었다. 김 연구원은 “애초 자녀를 영재고에 보내는 부모들의 목적이 의대 진학인 경우가 많다. 실제 서울과고나 경기과고는 상위권 대학 의대에 많이 합격한다. 반면 한국과학예술영재학교는 최근 4년 동안 의대 합격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전형요강을 보면 ‘본교는 이공 계열의 수학·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되었으며, 국가의 지원을 받는 영재학교이므로 의·약학 계열의 진로 희망자는 본교 진학에 부적합함’이라고 나와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교육부 입장도 그렇고 우리 학교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재학교가 이 같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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