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2 (수)

[미래부 4년 진단] ①단통법, 이통사 배불린 反소비자법 '평가' 쏟아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막을 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ICT와 과학기술 융합을 통한 혁신을 통해 창조경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미래가 가장 불투명한 부처 중 한 곳으로 추락했다. 차기 정권에서는 ICT와 과학으로 분리, 독립하거나 기존 부처에 흡수,통합되는 등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래부는 출범 후 4년간 ICT,과학을 융합함으로써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핵심사업으로 추진한 ▲단말기유통법 ▲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형 발사체 기반 달탐사 ▲중성자가속기 ▲700㎒ 주파수 등은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IT조선은 미래부의 핵심 사업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차기 정부에서의 미래부가 어떤 모습과 역할을 할지 조망해 봤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10월 1월 시행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장 안정화와 소비자 차별 금지 등에서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판매점간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 시장 탄력을 떨어뜨렸고, 마케팅비 축소에 따른 이통사 영업이익을 증가시킨 반면 소비자 피해를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IT조선

◆ 미래부 "단통법, 시장 과열 막고 이통사의 통신 품질,서비스 경쟁 효과 가져와"

미래부는 단통법이 시장 과열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통사가 타사 가입자를 뺏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하던 번호이동(이통사를 변경하는 가입 행태) 경쟁 대신 기존 가입자의 번호이동을 막는 등 '집토끼 지키기' 전략을 내놨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단통법 도입 당시 논란이 많았지만 이용자 차별 해소, 가계통신비 인하 등 효과가 발생했다"며 "매달 통신료의 20%를 할인받는 '20% 요금할인제' 등을 도입해 소비자 혜택이 커졌다"고 말했다.

IT조선

휴대폰 판매 가격은 이통사,대리점,판매점 등의 전략에 따라 하루에도 수차례 변경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 도입한 '공시제도'에 따라 전국 어디서 제품을 사건 관계없이 가격이 같아졌다. 소비자간 차별이 사라진 셈이다.

양 국장은 "과거에는 판매점,대리점 마다 제품 판매 가격이 자의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혜택을 보지 못한 소비자가 많았다"며 "이통사가 판매하는 모든 휴대폰의 가격은 법적으로 공시하게 돼 있어 지원금 차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 이통사 배불리고 중소 업체 고사시킨 '단통법'

하지만, 단통법은 마케팅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대형 이통사에 영업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안겨줬다. 이통사의 배불리기 용으로 악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번호이동 자료를 보면, 2014년에 865만4125건을 기록했던 번호이동 수는 2015년 693만3874건으로 170만251건 줄었다. 2016년에는 704만9902건을 기록하며 소폭 늘기는 했지만, 번호이동 중심의 이통사간 경쟁은 예전만 못하다.

그 결과 이통3사의 마케팅비 총액은 2014년 8조8240억원에서 2015년 7조8619억원, 2016년 7조6187억원으로 매년 크게 감소했다. 비용이 줄어든 대신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2014년 1조6107억원에서 2015년 3조1690억원, 2016년 3조588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중소 유통점은 단통법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단통법 시행 후 중소 업체의 폐업이 줄을 이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발표한 판매점 현황 자료를 보면, 2014년 10월 법 시행 후 1년간 약 2000개의 업체가 문을 닫았다.

판매점이 대거 몰려있는 집단 상가에서 휴대폰을 하나라도 더 팔려면 소비자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등 차별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활동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 시행 후 이익은 이통사가 챙겼고 피해는 소비자와 중소 판매점이 떠안았다"며 "단통법으로 수천개의 소규모 유통업체들이 문을 닫았는데,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법이다"고 비판했다.

이기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홍보팀장은 "이통사의 판매점 대상 리베이트는 번호이동일 때 많은데, 단통법 시행 후 번호 이동 시장이 축소되며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며 "9월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될 예정이지만 추가 제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일선 유통망의 피해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 단통법, 소비자 피해 양산법인가

단통법은 소비자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후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통사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지원금은 최대 33만원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자체 출고가를 낮춰 가격 경쟁을 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둔 LG G6, 삼성 갤럭시S8 등의 가격을 보면 스마트폰 가격은 과거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단통법 시행 초기만 해도 갤럭시S6, LG G4 등 일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8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되는 등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최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 가격은 89만~99만원대로 원상복귀하는 분위기다.

박추환 영남대 교수는 "단통법은 이통3사 중심으로 고착화된 시장 구도에서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취지는 좋았지만 시장 활력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큰 법이다"고 밝혔다.

IT조선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가 2월 25일 발간한 '실질적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75.3%의 소비자가 가계통신비 부담을 느끼고 있고, 71.3%의 소비자는 박근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담이 증가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단통법 시행 후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계통신비가 오히려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단통법상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담은 법 개정은 물론 전면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조선 이진 기자 telcojin@chosunbiz.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