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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난 근육이 상표… 요즘도 역기 600번씩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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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영원한 뽀빠이 이상용]

'우정의 무대' 후 강연가로 변신… 노인회 등 카메라 없는 곳서 활동

매달 책 50권씩 읽으며 유머 연습 "남 술 먹을 때 운동, 잘 때 공부해"

"뽀빠이 하면 건강이잖아요. '20년 전이나 똑같네' 소리를 듣고 싶지, '삐쩍 말라서 뽀빠이도 다 끝났네' 이런 말 듣기 싫은 거요. 나는 근육이 상표야."

이상용(73·사진)은 오른팔 알통부터 내밀었다. 크고 딴딴했다. "뒤에 계신 분이 어머니 맞습니까?"라고 우렁차게 묻던 '우정의 무대'가 종영된 지 20년이 됐다. 하지만 칠순을 넘긴 뽀빠이는 여전히 옹골찬 모습이었다. 강연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이상용은 "봄이 오니 전국에서 뽀빠이를 찾는 전화가 빗발친다"며 으스댔다.

시청, 도청, 군청, 농협, 노인회, 병원, 소방서, 학교, 절…. 요즘 그를 호출하는 무대의 이름들이다. 방송국 카메라도 화려한 조명도 없지만 뽀빠이는 "국민에게 웃음 주면서 쪼그라든 마음을 펴주고 싶다"며 "나를 아직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행복하다"고 했다. 강의 제목은 언제나 '인생은 아름다워라'다.

조선일보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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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안 파는 게 두 가지야. 행복과 건강. 행복은 살 수도 받을 수도 없으니 자가 발전을 해야 해. 나는 아침부터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해. 그럼 종일 기분이 좋아져. 내가 강의하면 다들 뒤집어져. 송해(90) 형님도 매주 '전국노래자랑' 함성을 들어서 건강하신 거야."

이상용은 "'전국노래자랑' MC는 차례 기다리다 내가 먼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송해 형님 만나서 '백 살까지 하세요' 했지. 아쉽기보다는 든든해. 형님은 연예인들의 등대야."

뽀빠이는 요즘도 매일 40㎏ 역기를 600번 들고 하루를 시작한다. 헬스장에서 두 시간 운동하고 양재천을 따라 걸으며 '점심은 뭘 먹을까' 궁리한다고 했다. 술·담배·커피는 평생 입에도 안 댔다. "가수는 15분, 사회자는 세 시간이야. 힘 없으면 MC 못 봐." 그는 "나이 많지, 얼굴 별로지, 키 작지, 새까맣지, 난 악조건을 다 갖고 있다"며 "젊고 키 크고 잘생긴 사람을 이기는 방법이 있다. 그들이 술 먹을 때 난 운동하고 그들이 잘 때 난 공부한다"고 했다.

"내 레퍼토리가 3만5000개야. 한 달에 책을 50권 읽어. (깨알 글씨가 적힌 쪽지를 꺼내며) 이건 비상용이야. 한 줄만 읊어도 청중 다 쓰러져. 혹시 잊어버릴까 봐 이동하면서 연습을 충분히 하지."

3만5000개면 하루에 하나씩만 풀어도 100년 치다. 뽀빠이가 샘플 몇 가지를 들려줬다. "박세리하고 박찬호, 엘리자베스 여왕의 공통점 세 가지 알아? 내가 창작한 거야. 첫째, 다 공주다(박세리·박찬호는 고향이 공주). 둘째, 모자를 좋아한다. 셋째, 전부 공을 가지고 논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필립공 가지고 놀잖아(웃음)."

그는 지난해 강연을 200회 했다. 한번 웃음이 터지면 그걸 물고 들어가 정신을 빼놓는 게 기술이라고 했다. 뽀빠이가 유머 보따리를 풀었다. "내가 13번이나 중앙정보부 불려갔어. 가면 웃기고 나와. 국회의원이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뭐냐? 파란만장! 파란 거 만 장이면 1억원, 돈이여 돈…."

레퍼토리 중 가장 웃기는 핵폭탄은 야한 부류(8000개)라고 했다. 청중이 부부인지, 노인인지 등에 따라 입맛에 맞게 맞춤형 강의를 들려준다. 노숙자들 앞에서는 "여러분 행복한 줄 알아라. 어제 죽은 재벌은 오늘 아침에 라면도 못 먹는다"고 해 웃기고, 119 구조대원들에게는 "여러분이 가장 훌륭하다. 사람들이 다 나올 때 여러분은 들어가지 않느냐" 격려하는 식이다.

'우정의 무대'는 1997년 뽀빠이가 심장병 어린이를 도울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폐지됐다.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그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미국에서 2년을 버스투어 가이드로 살다 돌아왔다. 20년이 지나 이상용은 이렇게 말했다. "그 덕에 내가 더 딴딴해졌어."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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