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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日은 동맹 韓은 파트너` 美틸러슨 발언에 담긴 불길한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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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주 한·중·일 3국 순방이 여러모로 씁쓸함을 남겨 개운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서 첫 해외 방문인 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 등 현안에 대한 미국의 조율을 기다렸지만 맹탕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로서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틸러슨의 발언에 주목한다. 그는 일본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표현한 반면 한국을 동북아 안정과 관련한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지칭했다. 공식 석상이나 기자회견이 아니라 개별 언론 인터뷰에서 나온 얘기라도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두 핵심 우방을 이렇게 동맹과 파트너로 차등 표현했으니 놀랍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한미 동맹을 린치핀(linchpin), 미·일 동맹을 코너스톤(cornerstone)으로 대등하게 비유했던 것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더욱이 일본이나 중국에서와는 달리 한국과만 외교장관회담 후 만찬을 하지 않았으니 '한국 측 초청이 없었다'거나 '의사소통에 혼선이 있었다'는 양측의 해명을 떠나 차등 대우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지역 우방 중에 한국보다 일본을 더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를 내놓고 보인 것이라면 간단치 않다.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궐위 상태라 고위급 접촉을 할 수 없는 처지 아니냐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말이 엄연한 현실이라도 한국을 모욕적으로 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받는 나라로 일본만 거명한 바 있는데 틸러슨의 언행에도 트럼프의 이런 생각이 녹아 있는 것이라면 이번 한미외교장관회담과 일련의 접촉에서 우리 외교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

정말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점은 동북아 국제질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다. 1950년 1월 미국 국무장관인 딘 애치슨은 당시 소련의 스탈린과 중공의 마오쩌둥의 영토적 야심을 저지하기 위하여 태평양에서의 미국의 방위선을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다고 발언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애치슨라인이다. 그 후 6개월이 채 안 돼 6·25전쟁이 발발했다. 틸러슨의 발언에서 애치슨라인의 망령을 보는 건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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