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놔, 내가 내 뜻 밝히겠다는데 왜 붙잡고 그래.”
27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70대 남성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탄핵 기각’을 외치며 헌재쪽으로 진입하려던 이 남성은 제지하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안국역 쪽으로 이동했다. 한 시간 뒤 또 다른 남성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내겠다”며 헌재 안으로 이동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자신이 써온 청구서를 소리내 읽기 시작한 그는 헌재에 재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를 당하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헌재 앞은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돌발행동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기습 시위를 벌이는 시민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 간 충돌 탓에 헌재 앞 차도는 수시로 차량 통행이 끊겼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과 어버이연합 등은 이날 오후 헌재 앞에서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대회'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탄기국은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헌법질서를 유린하고 파괴했다. 헌재 탄핵심판 최종변론은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1인 시위도 이어졌다. 1인 시위자들은 ‘계엄령 선포하라’, ‘헌법재판장 만장일치로 탄핵 기각해야 나라가 바로선다’ 등의 손팻말과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오전부터 헌재 앞을 지켰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오후 1시30분께 헌재 정문 앞에서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주권자의 명령이다. 헌재는 탄핵하라”고 주장할 땐 탄핵반대 쪽과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돌발행동도 끊이지 않았다. 오후 3시께 보수단체 집회에 참여했던 40대 남성이 “탄핵 원천무효”라고 외치며 헌재 안으로 돌진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뒤이어 또다른 60대 남성도 태극기를 들고 헌법재판소에 진입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헌재 맞은 편 도로로 옮겨진 이 남성은 몸을 가누지 못하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4시30분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을 비롯해 시민 수십여명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집회시위법에 의하면 헌재 인근 100미터 안에서는 집회·시위를 열 수 없다. 경찰은 “헌재 100미터 안에서 집회를 벌이는 것은 불법”이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본문화원 쪽에서 열리고 있는 탄기국쪽 시위로 이동해달라”고 안내했다. 이를 거부한 채 10여명이 애국가를 부르며 바닥에 드러눕자 경찰이 이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또 한번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경찰은 헌재 앞에 4개중대(320여명)을 배치해 돌발상황에 대비했다.
고한솔 방준호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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