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연대·존중 강조하지만 온라인선 "좌표 찍었다, 지원 요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팬덤기획1부-팬덤은 어떻게 선거의 주인공이 됐나]③]

머니투데이



#"인터뷰 좌표입니다! 어설픈 양비론이나 애매모호한 댓글에는 반대를 주셔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한 대선주자 팬클럽에 [긴급]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글이 올라왔다. 좌표는 직선이나 평면에서 한 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숫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팬덤에서 '좌표를 찍다'는 기사나 콘텐츠의 주소를 공개하는 일을 뜻한다. 팬카페에 '좌표'가 찍히면 순식간에 화력이 집중된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 수백개가 순식간에 달리는 건 기본이다.

한 진영에서 좌표를 찍어 공세를 가하면 반대 진영에서도 가만있지 않는다. 역시 좌표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는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온라인 전쟁은 실전을 방불케 한다. 누가 이기든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경선 경쟁이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팬덤 사이에선 인터넷 여론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좌표와 짝을 이루는 단어는 '지원'이다. 좌표가 나오면 지원이 뒤따른다. 23일 다른 대선주자의 팬카페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기사에 후보 관련 악플이 넘친다. 지원을 부탁한다’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이 글은 몇 분만에 조회수가 100건을 넘었다. "신고 버튼을 눌러서 명예훼손으로 신고해달라"는 구체적인 지원 요청도 따라붙었다.

지원요청이 이뤄지자 순식간에 댓글창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당 주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이 다수였지만 순식간에 해당 댓글을 비판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추천을 2000여개 받은 댓글은 해당 후보가 당선될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악플을 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휴전 협정도 있기 마련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표적인 팬클럽인 '문팬'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팬클럽 '이재명과 손가혁'(손가락 혁명군)', 안희정 충남지사 팬클럽인 '아나요'(안희정과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 대표들은 지난해 말 접촉을 추진했다. 경선 결과가 어떻게 흐르든 본선을 함께 치러야 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인 만큼 과열 경쟁을 자제하고 팬카페 게시물에 '선플(선한 리플)' 운동을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표들은 만나지도 못했다. 역시 팬덤 전쟁 때문이었다. 손가혁 관계자는 "경선에선 경쟁자지만 철학을 함께하는 만큼 협력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만나보려 했는데 마침 이 시장의 형수에 대한 루머가 터졌다"며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로부터 인터넷상에서 어마어마한 공격을 받으면서 내부적으로 도저히 협력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됐었다"고 말했다.

팬덤간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신고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팬클럽 관계자는 "특정 팬클럽 구성원들이 정치카페나 커뮤니티에 안 전 대표 관련 악성 루머를 엄청나게 뿌려댔다"며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루머들을 살포해 관련 내용을 다 정리해서 갖고 있는데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우리 지지자들이 자료를 모은 다음에 당을 통해 신고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존중 강조해도…돌출하는 팬심 = 팬덤의 기본 입장은 연대와 존중이다. 특히 당내경선 이후 함께 본선을 치러야 하는 야권 팬클럽 회장들은 충돌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팬 전국대표이자 팬카페 운영자인 '지리산반달곰'은 "같은 진영 지지자 간 다툼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설령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진다해도 지지자들은 깨끗하게 승복해야 하며 그 과정에도 도를 넘어선 다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나요 운영자 '천지기운' 역시 "안희정을 지지하지만 문재인을 욕하진 않는다"며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선의 지지방법은 맞대응을 하는 것보다 우리 후보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회원들도 같은 내용을 알리고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이 트위터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안 지사 관련 콘텐츠를 올렸을 때 공격적인 언사나 모욕으로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팩트를 갖고 댓글을 달아주는 게 맞지만 모욕적으로 언사를 하면 차라리 차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문제는 팬덤에 소속된 모든 구성원의 입장이 같을 수 없다는 거다. 보통 팬카페 가입자만 1만명이 넘고 대형 카페가 여러 개 존재하는 팬덤 구성 상 온건파와 강경파는 존재한다. 대표적 정치팬덤인 문팬은 통합상태였다가 지난해 6월 분화됐다. 한 지붕에 있던 젠틀재인, 노란우체통, 문사모(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옛 지도부를 중심으로 갈라져 나왔는데 온라인 기반 활동가가 많은 노란우체통이 상대적 강성으로 꼽힌다. 타 팬덤에서는 노란우체통 소속 지지자들과 맞붙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가락혁명군으로 모인 이 시장의 팬덤도 온라인 상에서 적극적이기로 이름 높다. 손가혁 카페지기 김성주 씨는 "작년 말 지지율이 한창 높을 때부터 온라인 상에서 이 시장의 정치적 약점을 중심으로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손가혁 구성원들도 강하게 받아치면서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최근엔 충돌이 잦아들었지만 SNS를 중심으로 소규모 커뮤니티를 꾸리고 있는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온라인 대응을 하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팬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팬클럽인 시민광장은 지난해 가을 한강고수부지에서 합동 체육대회를 열었다. 양 팬클럽에서 약 300여명이 참석했는데 사실상 팬덤 간 동맹행사 격으로 해석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 장관이 참석했고 문 전 대표 측에서는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해 '그리운 금강산'을 직접 불렀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박소연, 고석용 기자 cheeru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