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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IT 산실 실리콘밸리, 캐나다 밴쿠버로 이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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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탓에 인재 이탈 우려… IT 기업들의 이민 문의 폭주

아마존 등은 캐나다에 자회사

조선일보

캐나다 밴쿠버의 사업가 마이클 티펫은 이달 초 '트루 노스 벤처스(True North Ventures)'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에게 캐나다 내 이민 전문 변호사들을 소개해주고, 이들이 캐나다에 정착하는 것을 돕는 중개 서비스다. 이 사업은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7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 제한하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한 직후 시작됐는데, 1주일 만에 문의 전화가 100통이 넘게 걸려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티펫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을 외치지만, 정작 이득을 보는 건 캐나다"라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밴쿠버 퍼스트인 셈"이라고 했다.

FT에 따르면 이민자 인력에 의존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개혁에 맞서 미국을 떠나 캐나다로 몰리고 있다. 트럼프가 반이민 행정명령에 이어 외국인의 취업 비자 프로그램인 'H1-B'에도 칼을 빼 들것으로 보이자, 이들이 아예 캐나다로 터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실리콘밸리의 이민자 비중은 37.4%에 달한다.

캐나다는 유리한 입지 조건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빠져나오는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개방된 이민 정책 덕에 외국 출신 전문 인력들이 취업 비자를 얻기 쉬울 뿐 아니라,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는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적 지원책도 갖고 있다. 이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들은 밴쿠버에 자회사를 유치하고 수백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레고어 로버트슨 밴쿠버 시장은 "현재 밴쿠버 IT 분야 일자리는 약 7만5000개에 달한다"며 "과거 캐나다를 먹여 살린 것이 천연자원이었다면, 이젠 기술산업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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