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암울한 조선, 새해는 볕 들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5년 6조원대 적자를 봤던 한국의 조선 ‘빅3’가 지난해 구조조정 효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6년 바닥을 쳤다는 세계 조선업황도 ‘볕이 들’ 수준으로 반등하긴 어려워 올 한해도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38조5473억원, 영업이익 1조642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보다 매출(46조2317억원)은 16.6%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대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었던 해양플랜트 부실을 털어냈고,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정유 부문 수익이 힘을 실어준 덕이다.

경향신문

지난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성동산업 마산조선소터에 남아 있던 700t 골리앗 크레인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크레인은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 190억원이 나왔으나 국내에서 매입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가 헐값에 매입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이 지난해(10조5454억원) 전년(9조7144억원) 대비 8.6% 증가했고 적자폭도 대폭 줄인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손실 역시 2015년 1158억원 수준으로 2015년(1조519억원)보다 1조3000여억원 감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역시 해양 관련 손실을 대부분 털어낸 데다 지난해 2분기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 지급 등 일회성 비용이 2000억원 이상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손실 규모다.

대우조선은 대신증권 분석 결과 지난해 매출 13조1170억원, 영업손실 528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15조71억원) 대비 12.6% 줄고 적자폭은 전년(2조9372억원)보다 2조4000억원 가량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성적표는 조선3사가 최악의 수주절벽에 맞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2014~2015년 수조원대 손실을 냈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이 안정화된 영향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반짝’ 수익성 개선은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이는 반면 매출은 앞으로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조선 ‘빅3’의 2017년 매출 전망치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매출 34조9800억원, 삼성중공업은 7조5700억원, 대우조선은 9조47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4조씩 줄어들 전망이다. 몇년간 급감한 수주량으로 남은 일감이 빠르게 줄는데 이는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매출 축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경향신문

<연도별 선박 발주량 추이 및 전망>*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동량1.27배 증가 기준*2017~2021년은 전망치(자료:클락슨,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분석으로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누적 수주량은 전년 동기대비 84.2% 감소한 1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수준이다. 연말까지 기대 수주량을 감안해도 2016년 수주량은 한국 조선소들이 굴러가는데 필요한 일감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량은 2046만CGT로 연초 대비 34.6% 감소했다.

양종서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수주잔량은 약 1.5년치가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3년여에 걸쳐 인도될 물량들이어서 당장 2017년부터 일감 부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감이 없어 텅빈 도크(선박건조대)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증가해 국내 업체들의 수주가 늘어난다고 해도 바로 선박건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교보증권 이강록 연구원은 “올해 각 조선소별 20~30%씩 매출 감소가 예상되며 수주 이후 설계·조달 기간을 거친 실제 건조까지 시차를 감안하면 실적 측면에서는 2018년이 더욱 우려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한국·중국·일본 조선업 세계 시장점유율 추이>


지난해 수주가뭄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은 한가닥 희망이기는 하다.

극심한 불황에 중국 조선소의 75%가 문을 닫는 등 한국뿐 아니라 세계 조선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호황기 때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더라고 남은 대형조선소들은 ‘먹거리’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강록 연구원은 “올해 ‘빅3’의 조선·해양 부문 매출은 7조~8조원 정도로 점쳐진다”며 “현재 국내 조선 5개사 합산 생산능력은 약 700만CGT로 올해 발주 예상량의 45% 수준이다. 그간의 시장점유율을 감안하면 국내 대형 조선소 도크 물량의 60~70%는 채울 수 있고, 해양플랜트 1~2기 정도만 수주하면 1년치 일감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선박의 원재료에 포함되는 철광석 값이 올라가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으로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점도 호재다. 동부증권 김홍균 연구원은 “유럽과 아시아 발주처들로부터 LNG 선박 발주가 예고돼 있고 일부 유조선 수주도 예상된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해양생산설비 발주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