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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소비절벽이 성장률 끌어내려" 韓銀도 저성장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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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률전망 하향 ◆

매일경제

생각에 잠긴 이주열 총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7년 1차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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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2012년 10월 그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발표한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전망치다. 정부에 이어 한은마저 연초부터 2%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며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를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두 차례 조정을 거치며 2.5%까지 낮아졌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며 정부가 지난달 29일 성장률 전망 마지노선인 3%를 포기하고 2.6%라는 수정 전망치를 내놓은 상황이어서, 한은의 이날 성장률 하향 조정은 발표 전부터 기정사실로 여겨 왔다.

지난해 10월 한은의 수정 전망치 발표 이후 터져나온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높아진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고조되는 통상 위협, 여기에 더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압력 등이 모두 초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공식 석상에서 "하방 리스크가 크다"며 "2017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에 미달할 수 있다"고 하향 조정을 잇달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해 내수에 직격탄이 됐다. 한은은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장 큰 요인으로 '예상을 웃도는 소비 절벽'을 꼽았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이유는 민간 소비(위축)"라며 "지난해 말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의 영향으로 소비지표가 다소 개선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를 소비 호조로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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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은이 최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보다 1.6포인트 떨어진 94.2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94.2) 이후 7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추락했던 98.8보다도 4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이와 함께 소득여건 악화에 따른 구매력 감소, 13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로 인해 늘어나는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에 족쇄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을 견인한 건설투자 위축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투자는 올해 중 증가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라며 "주거용·비주거용 건물 모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마저 지난해보다 1조6000억원 줄어 부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실업률이 지난해 3.7%보다 오른 3.9%로 악화되고, 내년에도 3.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LG경제연구원(2.2%), 한국개발연구원(2.4%)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들이 2%대 초반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한은의 성장률 조정폭이 예상을 웃돌 정도로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소비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투자를 중심으로 하반기 성장률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우선 꽁꽁 얼어붙은 내수와 달리 수출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점이 한은의 조정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2.5% 증가로 반등한 뒤, 12월에도 6.4% 늘어나며 증가폭이 커졌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0일까지 수출이 전년 대비 37.7% 늘어나며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에 힘입어 산유국 경제가 바닥권을 탈출하고 있고, 미국 경기 호조와 강(强)달러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수출에 호재다.

또 한은은 "세계 경제 여건 개선과 IT업종의 투자수요 확대로 연내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아직 집계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인 2.7%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하락폭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2.5%로 저점을 찍은 뒤 내년에는 다시 2.8%까지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정홍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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