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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국경제 앞으로 10년은 `고난의 길`…중국 인재들 `창업 러시` 겁이 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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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매경 한미경제학회 / 이창용 IMF 아태국장·손현덕 매일경제 논설실장 대담 ◆

매일경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오른쪽)과 손현덕 매일경제 논설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현장에서 한국 경제에 닥친 위기와 아시아 시장의 전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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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통화정책으로 억지로 성장을 견인해 온 한국 경제, 앞으로 10년은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최고위 관리직인 아시아·태평양 담당에 오른 이창용 국장의 경고다. 이 국장은 7일(현지시간) 매일경제신문과 한미경제학회(KAEA)가 공동 개최한 시카고포럼에서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과 대담을 하고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교육·금융 등 전방위적인 '구조개혁'뿐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변수가 상당히 크다.

▷미국 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전 세계 경제에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물가부터 정책의 영향을 받아 내려갔다가 다시 높아질 수 있고 불확실성이 크다. 통화정책으로 버텨온 세계 경제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스타일로 바뀔지도 주목된다. 미국 대선 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선거 결과도 변수다. 요지는 과거와 달리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른 경제적 변수가 커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 여기에 한국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그렇다. 지금 한국 경제는 물론 아시아 경제에서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새로운 평범(new mediocre)' 혹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다.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사라졌다. 우리는 재정·통화정책으로 성장률을 올리려는 시도가 이전 정부부터 계속됐는데 이제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한국은 여전히 고속성장의 망상에 빠져 있다. 거시정책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재정·통화정책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 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글로벌 경쟁 환경은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봐주지 않겠다'는 스탠스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10년은 그래서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 시급한 구조개혁 과제를 꼽아달라.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게 바로 교육이다. 중국 젊은이들을 만날 때면 '중국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성장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징대, 칭화대를 나온 엄청난 규모의 학생들이 MIT 등 미국 유수 대학에서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한다. 이들의 포부를 들으면 겁이 날 정도다. 반면 한국은 서울대 학생조차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현실인데 경쟁이 되겠는가. 중국 학생들은 이렇게 2~3개 전공을 배우고 융합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데 우리는 수십 년 전에 짜인 학과와 전공의 틀이 아직도 그대로다. 극심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창업에 도전해야 할 학생들이 기성세대의 기득권에 가로막혀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제.

▷과거 제조업 시대에서는 '매뉴얼'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교육이면 됐다. 지금의 생산성 원리는 '새로운 창조'다. 자동차를 만드는 게 아닌, 얼마나 비싸게 파느냐가 문제다. 4차 산업혁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령 우리가 50달러를 들여 만든 고급 넥타이에 페라가모라는 브랜드가 붙으면 500달러가 된다. 디자인과 마케팅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 정부 재정정책을 조언한다면.

▷인도를 예로 들고 싶다. 중기적으로는 재정균형을 유지해야 하지만 인도의 경우 저금리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돈을 끌어들여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다. 재정적자에 대한 부담이 크겠지만 지금처럼 이자율이 낮을 때 자금을 끌어와 적극적으로 사회안전망 구축에 투입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훌륭한 재정정책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곧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고령화 쇼크가 노인층의 빈곤 문제로 연결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재정정책이 세부 '지출항목'에 집착하지 않고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 2017년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오는 16일 IMF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대선 결과 등) 많은 변화가 있어 전 세계 경제를 예측하기가 무척 힘들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언급할 수 없지만 전반적인 방향을 얘기하자면 선진국 경제는 개선되는 반면 신흥국은 더 나빠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질 것도 없는 흐름이지 않겠나. 중국 경제의 경우 하향화 추세가 급락이 아닌 조정 수준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에 따라 글로벌 자금 이동 흐름에서 중국과 신흥국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 <용어 설명>

▷ 새로운 평범·new mediocre

2014년 10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워싱턴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평균 이하의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의미로 사용한 신조어.

[시카고 특별취재팀 =손현덕 논설실장 /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윤원섭 기자 / 이재철 기자 / 정승환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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