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비우량 회사채, 한국 경제 부담 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내년 만기 A등급 이하 15조6600억원

미 금리 인상 등으로 재발행 난항 우려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의 불안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이후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내년엔 이런 추세가 더 가속화하면서 우량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18일 한화투자증권과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권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기업(금융회사·공기업 제외)들이 내년에 만기가 돌아와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는 43조5900억원으로 올해(40조1100억원)보다 8.7%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우량’으로 분류되지 못하는 A급 이하의 회사채가 15조6600억원(35.9%)으로, 올해 12조3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어난다. 회사채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AAA부터 D까지 18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보통 AA급 이상을 우량 채권으로 본다.

내년 만기 물량 가운데 그룹별로는 에스케이가 3조952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차(2조3300억원), 엘지(2조1천억원), 삼성(1조9700억원), 한화(1조2350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기업들은 보통 새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다. 하지만 미 금리인상 등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은 갈수록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회사채 시장에선 벌써 AA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만 선호하고 비우량 회사채는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수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하한선을 BBB~BB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조선·해운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이뤄지고 구조조정 이슈가 대두되자 기관투자자들은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는 A+ 등급은 물론 AA- 등급 회사채까지도 투자를 기피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일부 기업들은 내년에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사와 건설사들이 문제다. 조선 ‘빅3’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현대중공업 등은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에 수주절벽과 함께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내년에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가 대우조선이 94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현대중공업이 각각 6000억원, 6800억원 수준이다.

문창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열린 ‘2017년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에서 “내년엔 건설·조선·해운·철강·항공 등 5개 취약 업종의 차환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그룹별로는 이랜드·두산·한진·현대중공업·동국제강·금호아시아나 등 6개 그룹의 신용도가 시험대에 오를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 지금 여기 [사설·칼럼] [만평]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