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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제조사 상대 첫 승소... “10명에 5억4000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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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원고들 청구액 모두 인정

세퓨 폐업 상태… 실제 배상 의문

국가 상대 배상책임 소송은 기각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폐질환으로 숨지거나 치료를 받는 피해자들에게 제조업체에게 배상을 하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 이은희)는 15일 최모씨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10명이 제조업체 세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세퓨는 총 5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세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소송 청구액대로 손해 배상액을 산정했다. 법원은 사망한 피해자들 부모에게는 1억원,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는 3,000만원, 상해 피해 부모나 배우자에게는 각각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연령과 직업, 고통의 정도, 가해자 세퓨의 과실 정도, 사고 뒤 태도 등을 고려해 원고들의 청구액을 모두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고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저지른 고의나 중과실에는 배상 책임을 최대 9억원(특별가중사유 포함)까지 물리겠다는 새로운 위자료 산정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세퓨가 폐업 상태라 실제로 배상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세퓨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만 한 번 제출했을 뿐 법정 다툼을 벌이지도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국가에 가습기 살균제 관리ㆍ감독 소홀 책임을 묻겠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는 “책임을 인정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올 1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국가 배상책임 소송도 “국가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됐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은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독성물질(PHMG)이 있는데도 객관적 근거 없이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한 것처럼 제품에 표시하고 판매해 생명을 잃게 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폐질환 등으로 고통을 겪게 했다”며 2014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최대 피해자를 낸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 등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소송 중 합의(조정)가 이뤄졌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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