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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기자수첩]'최순실 나비효과' 산업 구조조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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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근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국회를 찾았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석화업계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는데 정작 컨설팅 결과는 비용을 분담한 업체들에게만 공개돼 당사자는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국회를 통해서라도 보고서를 얻고 입장을 전달하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최순실 파문'으로 정·재계가 정신없이 바빠지면서 연락이 닿았던 국회 관계자로부터 '바쁘니 나중에 다시오라'는 얘기만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 관계자는 "무슨 근거로 구조조정안이 나왔는지 정확히 알아야 대책을 세울텐데, 확인할 방법도 없고 의견도 전달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순실 파문'의 나비효과가 산업 구조조정에까지 미치고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구조조정이 이도저도 아닌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혼란 덕(?)에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회사의 자구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터무니 없는 보고서라며 반발해왔다. 혼란에 빠진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강한 추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31일 발표할 조선·해운 경쟁력 강화방안도 명확한 구조조정 답안이 아닌, 한발 물러선 내용을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화업계의 경우 구조조정 1순위로 TPA(테레프탈산)이 꼽혔지만 시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무턱대고 생산을 줄이면 기존 거래처에 공급하는 물건도 끊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디에 대고 설명할 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선제적 대응'이다. '최순실발 나비효과'가 구조조정 '골든 타임'까지 날려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강기준 기자 stan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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