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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조선 구조조정 지연에…삼성電-현대車 빅2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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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학에 뒷전으로 밀려난 경제논리…'표심' 고민에 더 늦기 전에 수술해야]

머니투데이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기업 협력업체 금융지원 현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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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재계 빅2의 올 하반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조선 해운의 구조조정도 더디게 진행되면서 산업계에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빅2'가 갤럭시노트7 발화와 임금협상을 위한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에게 납품하던 중견 중소기업에는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당초 전망보다 0.1% 포인트 낮춰 잡았다. 조정 경제성장률에는 갤럭시노트7 중단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우려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 경제논리보다 정치공학적 접근…부담은 국민 손에="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는데다가 수주는 안되고, 기존에 했던 수주의 납품 기한은 계속 연기되거나 취소되는데 왜 대우조선해양만 정상적인 구조조정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지 의문이다."

국내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종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경제적 논리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재계의 반응이다.

재계는 이미 수조원이 투입됐고, 또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여서 앞으로의 난맥상도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을 살린다는 방향성을 정해놓고, 논리를 거기에 꿰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박사)은 "정치 논리에 따라 기업의 구조조정 프로세스를 진행하다보니 원칙도 없고, 예측 가능성도 없다"며 "결국 나중에 감당이 안될 수준까지 가서 부실이 터지면 국민들에게 더 큰 손실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실장은 "관치 금융이 많이 개선됐지만, (조선과 해운의 구조조정에선) 아무래도 그런 측면이 완전히 배제된 것 같지 않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나아질 것이라는 천수답식 경영에 기대어 계속 지원을 하다가 결국 부실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구조조정은 경제와 법논리에 따라 도산절차와 회생절차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대우조선해양은 재무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 오히려 국내 나머지 업체들이 동반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국가 전체로 볼 때도 정확한 구조조정 메스를 빨리 들이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기업구조조정은 경제적 득실에 따라서 진행하고, 이에 따른 대량실업과 지역 경기 침체는 정치권에서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복지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경기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머니투데이

지난 8월 현대차·현대중 여름휴가 후 첫 동시파업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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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중단·현대차 파업에 놀란 정치권…후폭풍이 더 걱정=삼성이 발빠르게 발화 논란이 있는 갤럭시노트7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선언하자, 정치권 일부에서도 한국 대표기업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면밀히 챙겨보라고 당부했는가 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삼성 휴대폰을 더 사주자"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약 4조원의 갤럭시노트7의 부실을 영업실적에 반영한데 이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도 잠재적 부실이 3조원 가량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시하면서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임금협상이 타결되긴 했지만 현대자동차가 12년만에 전면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 손실은 파업이 끝나는 시점에 약 3조원에 달했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 양대 기업이 이처럼 어려움에 처하면서 이들과 연관된 1·2·3차 협력업체들도 동반침체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출장 중인 삼성전자 협력사 A사의 B사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이후 현장 점검을 위해 하노이로 출장을 왔다"며 "노트7 중단에 따른 직접적 손실은 전체 매출에서 7~8%로 크지 않지만 이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B 사장은 "마라톤을 하듯 탄력을 받고 진행되던 사업이 돌발변수로 잠시 멈췄을 때 멈춘 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그 상황 이후에 빠르게 달리더라도 무너진 페이스를 다시 회복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후속 제품이 나올 때까지의 수주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파업과 관련 경제단체 관계자는 "일본 토요타가 현대차를 보면서 가장 놀라는 것은 매년 그렇게 임금 투쟁을 하면서도 세계 5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면서 "어떻게 해외공장보다 생산성이 낮은데도 매년 (부분) 파업을 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주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습적으로 진행되는 현대차의 부분파업으로 협력사들은 매년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동희 기자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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