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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무임승차族 잡아라… 파리 지하철·버스 곳곳서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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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손실액 3000억원 달하자 4~6인조 보안요원 풀어 단속

관광객 행세·분실 핑계 많지만 한번 걸리면 정상 요금의 18배

"아이 캔트 스피크 프렌치!(I can't speak French!)"

지난 1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지하철 9호선 차량 안. 한 20대 남성이 영어로 "나는 불어를 못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흩어져서 승차권 검사를 하던 무임승차 단속 요원들이 이 남성 곁으로 일제히 모였다. 한 요원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하자 남성은 한숨을 푹 내뱉었다. 프랑스인이 맞지만 무임승차한 탓에 어설픈 관광객 행세를 했던 것이다. 다음 역에 내린 그는 승차권 가격의 18배가 넘는 35유로(약 4만4000원)를 벌금으로 물어야 했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와 파리시 교통공단(RATP)이 이달 들어 '무임승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파리 시내 곳곳에서 무임승차족(族)과 단속 요원 간에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교통 당국 직원들은 4~6명씩 조를 이뤄 돌아다니며 무임승차족을 쫓고 있다.

조선일보

프랑스 파리시 교통공단(RATP) 공익광고. 남성의 어깨에 매달린 용이 “처음도 아닌데, 뭐”라며 무임승차를 부추기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RATP 직원들이 버스에서 무임승차 단속을 하는 모습이다. 적발되면 표값의 18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RATP 홈페이지·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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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는 유동인구가 많은 파리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이다. 지하철·버스 1회권 가격이 1.9유로(약 2400원)로 비싸,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10·20대 젊은이들이 쉽게 '유혹'에 빠진다. 이들이 지하철 개찰구를 훌쩍 뛰어넘는 탓에, 파리에선 무임승차 대신 '개찰구 점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버스는 운전기사 시선이 닿지 않는 뒷문으로 타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더 쉽다.

교통 당국이 단속 강화에 나선 것은 무임승차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은 파리 대중교통에서만 연간 1억7100만유로(약 2130억원)가 발생한다. 프랑스 철도도 연간 6300만유로(약 79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달부터 표 없이 버스·지하철을 타다 걸린 사람에 대한 벌금을 33유로에서 35유로로 올렸다. 기차에서 걸리면 이용 구간에 관계없이 최소 70유로(약 8만7000원), 그 자리에서 벌금을 내지 못하면 50유로를 더 내야 한다.

단속이 강화되자 무임승차족의 단속 피하기 수법도 다양화되고 있다. "지갑에 표를 넣어뒀는데 소매치기당한 것 같다"고 둘러대거나 단속 요원이 다가오면 재빨리 다음 역에 내리는 식이다.

시민들은 단속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회사원 마티아즈 쇼드(42)씨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대중교통을 탈 자격이 없다. 무임승차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상습범에게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경찰에 사건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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