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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두산밥캣 IPO, 그룹 구조조정 마무리...그러나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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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연속성’ 주체...구조적인 실적 개선 과제 남아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두산밥캣이 오는 21일 상장한다. 두산밥캣은 그동안 진행된 두산그룹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연속성’을 가져야만 그 존재의 이유를 말할 수 있다. 두산밥캣 IPO흥행은 두산그룹이 재무적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일 뿐 구조적인 실적 회복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및 자산매각, 자본확충 등의 재무적 대응은 그룹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이후 꾸준히 진행됐다. 2013~2014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두산건설의 상환우선전환주(RCPS)발행 등 자본확충에 중점을 두었으나 2015년 이후에는 외부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 및 두산DST 지분,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및 두산건설의 HRSG 사업부문 등 자산ㆍ사업부 매각 등으로 인한 자금조달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5년 이후 두산그룹의 실적저하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시장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조달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동시에 고정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 설비폐쇄에 따른 손상차손 발생 등의 영향으로 2015년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은 2014년 대비 크게 저하된 것이다.

이코노믹리뷰

출처: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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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결기준 EBIT(이자 및 세전이익)/매출은 2014년 5.9%에서 2015년 0.4%로 크게 하락했으며 두산건설의 EBIT/매출은 같은기간 6.0%에서 -9.2%로 급격히 악화됐다. 두산엔진도 이 기간 동안 EBIT/매출이 -4.5%에서 -9.2%로 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영업외적으로도 부실자산 처리비용, 생산시설 폐쇄 등에 따른 유무형자산 감액손실의 발생 등의 영향으로 영업외비용이 크게 발생하면서 두산을 제외한 4개사가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행스럽게도 2016년 상반기 각 계열사의 영업수익성은 상당 폭 개선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 내외의 EBIT/매출을 유지하던 공작기계 사업부문이 매출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연결기준 EBIT/매출액이 2015년 0.4%에서 2016년 상반기 9.3%로 크게 개선됐으며 EBIT규모도 2016년 상반기 2847억원으로, 공작기계 부문이 포함됐던 2015년 상반기의 2040억원을 상회했다.

두산건설도 2015년에는 1697억원의 EBIT 적자를 시현했으나, 2016년 상반기 EBIT, EBIT/매출액이 각각 263억원, 4.5%로 영업실적이 개선됐으며 2014~2015년 EBIT적자가 발생했던 두산엔진도 2016년 상반기에는 EBIT 52억원, EBIT/매출액 1.4%로 개선됐다.

그러나 이러한 두산그룹 계열사의 실적개선은 상당부분 인건비 및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 감소에 기인한다. 기업의 실적개선의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양적ㆍ질적 개선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적으로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질적인 측면보다는 양적 측면의 개선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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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나이스신용평가


질적 측면의 더딘 개선은 단기성차입금 비중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두산그룹의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2013년 말 36.8%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5년 말 53.1%로 확대됐으며 실적개선이 이뤄진 2016년 상반기에도 단기차입금 비중은 54.0%로 상승했다.

이는 그룹계열사의 신용도 하락과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등으로 만기가 상대적으로 장기인 사채의 만기도래시 차환발행되지 않고, 단기성 차입금으로 대체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밥캣의 IPO는 두산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축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IPO를 통한 구주매출(지분매각)은 기존의 자산매각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향후 두산그룹의 긍정적 전망을 단정하기란 어렵다.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이 두산밥캣의 IPO를 통해 마무리돼도 결국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이 중요한 것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의 우수한 영업실적에 힘입어 연결기준 우수한 수익성을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두산중공업의 매출부진 지속에 따른 이익창출규모 회복 지연가능성, 두산건설의 대손상각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제약,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두산엔진의 수익성 저하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2016년 상반기 회복된 그룹의 영업수익성 지속여부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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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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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평가가 두산밥캣의 IPO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두산밥캣의 상장은 그룹 계열사들의 재무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지적되는 문제는 역시나 이후의 실적이다. 특히 현재 부여되고 있는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두산밥캣의 상장가능성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그룹 자체적으로 구조적인 실적 회복이 이뤄져야만 그룹 전반의 질적 개선이 이뤄진다.

(주)두산은 지주회사 중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에 매우적극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주주환원 정책에는 수익과 재무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서 수익과 재무구조는 결국 계열사들의 역량에 달린 만큼 두산밥캣 IPO로 인한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은 달라지는 두산그룹의 ‘절반’을 이루는 것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주)두산과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과거 두산그룹의 위상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두산밥캣IPO를 통한 구조조정 마무리 후 두산그룹의 사활을 건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현재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두산그룹의 능력은 시험대에 올랐고 이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두산그룹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역사 속의 기업 중 하나로 기억될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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