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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실은 내가 국정원 블랙요원”…국정원장 조카 등 사칭 수억원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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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씨(36)는 지난해 3월 대전 중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 ㄱ씨(32)에게 자신을 중소기업 회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그리고 4월쯤 동거를 시작한 ㄱ씨에게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놨다. 자신이 국정원에서 일하는 높은 직급의 ‘블랙(비밀)요원’이며, 전 국정원장이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의 작은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이씨는 청와대 전경 사진과 수십 억원짜리 고급 외제 승용차 사진 등을 ㄱ씨에게 보여줬고, 1억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맡기며 재력도 과시했다.

이씨는 이후 사무실 공사비와 직원 급여 등 각종 명목으로 ㄱ씨에게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까지 이런저런 명목으로 이씨가 95차례에 걸쳐 ㄱ씨에게 빌린 돈은 모두 2억6100여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씨는 ㄱ씨에게 돈을 갚을 능력이 전혀 없었고, 그가 했던 말도 모두 거짓이었다. ㄱ씨에게 맡긴 상품권도 발행업체가 폐업해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ㄱ씨에게서 빌린 돈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갚거나 경마를 하는데 탕진했다.

이씨의 사기 행각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해 6월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내가 국정원장 조카고, 여당 정치자금도 관리했었다. 바다이야기를 운영해 큰 돈을 벌었는데 추징금 110억원을 선고받아 내 명의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지만 최근 법인 인수합병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투자하면 법인 이사로 등재해 주고 원금도 반환하겠다”고 속여 6250만원을 가로챘다. 이씨는 이 밖에도 모두 3명의 피해자에게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 투자금 명목으로 1억여원을 받아 가로챘다.

그러나 이씨의 사기행각은 오래가지 못했고, 지난 3월 경찰에 구속된 그에게 법원은 최근 실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6단독 조현호 판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재력가 행세를 하며 5명의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4억2500여만원에 달하는 많은 금액을 편취했고, 법행수법 또한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편취한 돈의 일부를 변제했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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