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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부, 공급 넘치는 철강·유화도 구조조정 '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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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설비 감축 등 고강도 예고
주형환 장관, 유화 사업재편 주문


정부가 공급과잉 상태로 지목된 석유화학업종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상대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철강산업은 생산설비 감축 등 강도 높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위기가 감지되는 산업군은 즉각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석화업계 대표들을 만나 "향후 고유가 시대와 후발 개도국의 추격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보다 석유화학업계의 선제적 사업재편으로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롯데케미칼(허수영 석유화학협회 회장), LG화학,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대한유화, 여천NCC, 한화토탈, 효성, 태광산업 등 석유화학업체 10개사 대표가 참석했다.

주 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최근 저유가로 인한 수익 증가로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한 석유화학업계를 향해 "공급과잉 품목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사업재편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같은 날 오후 발표된 '석유화학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33개 주요 품목 가운데 4개 품목이 공급과잉으로 나타나 해당 품목에 대한 속도감 있는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록 공급과잉 품목으로 제시된 4개 품목이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 전체 생산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2%에 불과하지만,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대표적인 석유화학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미래 대비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1차적 잣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 업계의 컨설팅 보고서 등을 참고해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석유화학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이 현재의 공급초과 상태를 해소하고, 업종의 효율성을 높여 산업 수준을 지금보다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정유화학업종은 올해 최대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물리적 통합보다는 산업구조를 선진화, 원료와 생산제품 간에 공급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경쟁력 강화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지적된 폴리염화비닐(PVC)과 테레프탈산(TPA) 등은 우선적으로 품목전환이나 생산설비를 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화학업계는 그간 선제적 투자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온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및 중국 자급률 상승 등 석유화학산업 위기에 대비해 그동안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등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며 "추후 PVC,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 등 공급과잉 제품에 대해선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포함한 경쟁력 강화전략을 수립해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철강업종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후판, 강관, 철근 등 3개 품목은 공급과잉을 이유로 큰 폭의 설비감축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후판의 주요 수요산업인 조선업계 부진으로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워 최소 3개 이상의 후판공장이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또 파이프 등 강관은 경쟁력을 확보한 강관업체를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보유한 설비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고강도 강관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이 추진될 전망이다. 강관에 경쟁력을 지닌 세아제강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철근의 경우 영남권은 대한제강, 수도권은 동국제강, 충청.호남권은 환영철강으로 통폐합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생산설비 폐쇄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경우 필연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정지우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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