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월드 톡톡] 中 한자녀 최고 모범 도시, 이젠 "둘씩 낳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후베이성 이창市 180도 돌변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 주민들이 요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불과 2~3년 전까지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한 부부들을 가혹하게 단속하며 '저승사자'로 통하던 시정부가 이제는 "두 자녀 낳기를 실천하자"며 공산당원들을 독려하는 등 출산 전도사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창시 정부는 지난 18일 위생가족계획위원회 홈페이지에 지역 내 모든 공산당원과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공산주의청년단원을 향한 공개서신을 게재했다. 이 편지에서 "젊은 동지들은 본인부터, 연로한 당원동지들은 자녀들을 가르치고 독려해서 두 자녀를 갖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집권기인 1980년 이후 30년 넘게 지속된 '한 자녀 정책' 집행 면에서 이창시는 중국 최고의 모범생이었다. 산아제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정부 지침을 어기는 부부를 색출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켰고, 그 결과 이 도시의 출산율은 1.0을 밑돌며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창시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14년 제한적인 두 자녀 정책을 거쳐 지난해 모든 가정에 두 자녀를 허용하는 정책을 전격 시행하자 한순간에 인구 정책상 낙제생으로 전락했다.

혹독한 산아제한의 관성 탓인지 출산율 감소세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 정부는 지역 소재 중남재경정법대학 연구팀에 인구 문제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그런데 연구팀이 "지역 가임 연령 여성의 출산율이 0.7 수준으로 과거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충격을 받은 이창시 정부는 급한 김에 공산당원들의 등부터 떠민 것이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