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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법원, 탈북 여종업원 인신구제청구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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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원 “청구자들 진짜 가족관계 입증 증거 부족”

민변 “탈북자 출석하는 심리 한차례만 열었어도…”



법원이 중국 내 북한 식당 탈출 여종업원 12명의 인신구제청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들 여종업원들에 대해 법원이 직접 심문을 한 차례도 열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 불공정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낸 인신구제청구 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인신구제청구는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자유를 제한당한 개인을 구제하는 인신보호법상의 절차다. 민변은 북한의 가족들로부터 가족 사진과 동영상, 위임장, 공민증 등을 중국 지인을 경유해 입수한 뒤 법원에 제출해 인신구제청구를 한 바 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공민증에는 성명, 주소, 배우자 관계 등이 기재돼 있을 뿐 자녀관계와 관련된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다”며 “제출된 사진 속 인물이 동일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함께 있는 사진만으로 부모·자식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구제청구자가 아닌 사람이 구제청구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또 “이들 12명은 지난 8월8일부터 11일까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순차적으로 퇴소한 뒤 각자 주거지에서 거주하고 있다. 향후 같은 사유로 보호센터에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면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의 수용해제를 구하는 구제청구의 이익이 더이상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이 탈북 여종업원들에 대해 심문기일을 한 차례라도 열었다면 가족관계 등이 충분히 소명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인신구제청구인들과 탈북 여종업원들 사이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민 변호사는 “국정원이 탈북 여종업원들의 재판정 출석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데도 법원은 당사자들에게 출석 의사를 추가로 확인하는 등의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확인 노력 없이, 변호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한 것은 자기 모순적 판결이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구제청구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월21일 비공개로 한 차례 심문기일을 열었지만 국정원 쪽이 여종업원들의 출석이 어렵다고 하자 더이상의 심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변 변호사들은 이날 “피수용자인 종업원들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을 끝내는 건 문제”라며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이 기피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판사가 최종적으로 심리를 맡았다.

민변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심문조차 국정원과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아 포기한 재판이었다. 사법부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정원이 보호센터에서 여성 종업원들에게 민변 변호사들에 대해 “종북 세력이다. 나쁜 사람들이다”고 강조하고 탈북 과정에서도 국정원 직원이 6만 위안을 주었다는 내용이 <한겨레> 취재결과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기획 탈북’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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