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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英메이 脫평준화 개혁 "그래머 스쿨 늘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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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테리사 메이〈사진〉 영국 총리가 취임 후 첫 주요 개혁 과제로 중등학교(우리의 중·고교) 평준화 탈피와 선발 입학제 확대를 내걸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 내에서 평준화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7일 보수당 내 원로 그룹인 '1922 위원회'에서 현행 중·고교 교육 평준화를 제한하고 선발 입학제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1세기형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공립학교에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이 될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그래머 스쿨은 11세 아동을 대상으로 선발 시험을 거쳐 학생을 뽑는 명문 중등학교다. 메이 총리도 그래머 스쿨 출신이다. 이 학교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주로 중산층 이상 학생들이 다닌다. 지난 1998년 중도좌파 성향 토니 블레어 총리는 "특권층 학교 반대"라는 취지로 그래머 스쿨의 확대를 금지했다.

메이 총리는 "그래머 스쿨 확대 금지가 오히려 차별을 부추기고, 좋은 공교육이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머 스쿨의 수가 제한돼 있어 그 근처 집값이 폭등하고, 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 자제만 이런 학교에 간다는 취지다. 그는 "(평등주의를 주장하는) 독단과 이데올로기 때문에 학생들의 잠재력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부유층 독식 문제는 저소득층 우선 선발제 도입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사노조 등은 "그래머 스쿨 확대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공교육을 해치는 조치"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당도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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