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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방석호 전 아리랑TV사장의 황당한 해명과 한심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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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출장으로 물러난 아리랑TV 방석호 전 사장이 저지른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18일 무혐의 결정을 내렸으나‘봐주기’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해외출장중 미국 노스캐롤라이나까지 비행기를 타고 듀크대를 졸업하는 아들 친구 가족들과 115만 원짜리 식사를 하고 중학교 동창 2차 모임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부분도 모두 정당한 업무추진비로 판단했다. 식사 중간에 아리랑TV와 관련된 애기를 나누기만 하면 검찰기준에서는 모두 업무의 일환으로 간주됐다. 심지어 공적인 업무임을 증명하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해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용내역을 밝히지 못하는 한 사적유용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해괴한 논리로 면죄부를 부여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공공기관장들이 사적인 모임에서 법인카드를 쓰면서 잠깐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섞고 만약 그 부분도 여의치 않으면 혼자서 밥을 먹었다고 둘러대면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방 전 사장은 검찰의 무혐의결정으로 ‘6개월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며 결백을 입증받은 듯 페이스북에 그동안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격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검찰의 도넘은 봐주기 의혹이 더해지면서 ‘도대체 방석호 뒤에 누가 있느냐’는 의구심만 더 증폭되게 됐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유를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8월20일자 기사에서 방 전 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불기소결정으로 방 전 사장이 6개월만원에 누명을 벗게됐다고 소개했다. 해당기사는 방 전 사장의 일방적 주장을 확인없이 보도해 경향신문에 의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이 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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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호 전 사장이 8월18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은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 검찰의 불기소결정으로 마치 결백을 입증받은 듯 그동안 언론보도에 격한 감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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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특감에서 인정한 부당사용액 1700만원 모두 무혐의=검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2월부터 두 달간 특감을 통해 방 전 사장이 집행한 업무추진비 및 해외출장 경비중 부당사용액이 1715만원에 달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방 전 사장이 1년이라는 짧은 재직 기간 중 무려 6차례나 해외출장을 가면서 택시비나 식·음료도 일비 대신 법인카드로 사용하고 방에서 혼자서 식사한 비용까지 업무추진비로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은 단돈 일원도 횡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검찰은 “증빙자료가 없다고 모두 사적유용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증빙자료 미제출 사용내역에 대해 “사용 장소가 해외에 있고 사용일자가 너무 오래돼 참고인 소환이나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부여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2월 스페인 출장 시 방 전 사장은 2월28일 하루에만 나 홀로 식사비로 14만, 18만원 39만원을 쓰고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격대로 볼 때는 ‘가족동반’이 충분히 의심이 되는 상황이지만 검찰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해도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판례(2007도5899)를 근거로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 전 사장은 사전에 계획도 없고 프로그램 제작자도 대동하지 않은 채 해외에서 혼자서 관광지 여행을 다니면서 사용한 비용도 모두 업무추진비로 인정됐다. 하지만 검찰이 근거를 든 판례는 증빙자료 첨부가 의무화되지 않은 업무추진비를 전제로 판단한 것이다. 아리랑TV처럼 모든 업무추진비에 사용내역 제출이 의무화된 경우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일단 사적유용으로 간주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방 전 사장 경우 자료 미제출 사용내역중 검찰이 수사를 통해 사적유용을 밝혀내거나 인정한 것은 단 한건도 없었다. 이러니 방 전 사장 입장에서는 어설프게 자료를 제출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게 나았다.

▲가족동반 의심되는 호화출장도 무혐의=방 전 사장은 문체부감사결과 2015년 5월 미국 뉴욕으로 혼자서 출장을 가면서 퀸 베드 2개가 배치된 디럭스 룸(4인실)을 예약했다. 투숙인원도 성인 4인으로 예약하고 1인 예약에 비해 1박당 5만3000원을 추가 지불했다. 부인, 아들, 딸까지 4인 가족동반 여행을 위한 것임을 의심할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방 전 사장은 숙박비 초과지출에 대해 “대한민국 국제방송사 사장으로서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낯 뜨거운 변명을 늘어놨다. 방 전 사장이 수행원 한명 없이 단독으로 출장을 가면서 최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95만원,이태리 식당에서 84만원, 고급양식당에서 54만원을 지출한 부분도 수상했지만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에는 아예 한 줄도 언급이 되지 않았다. 검찰은 딸과 부인이 방 전 사장보다 하루 일찍 출국해서 하루 늦게 귀국하는 등 출·입국 일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가족동반 출장 가능성을 배제했다. 가족들이 다른 비행기로 도착해 미국에서 방 전 사장과 같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감안하지 않은듯 했다. 방 전 사장 아들명의의 호텔 물품 보관료가 업무추진비로 결제된데 대해서도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방 전 사장 아들은 “아버지 부탁으로 업무와 관련된 서적을 구입하여 보낸 것”이라고 했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었지만 검찰은 “사적유용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관대하게 넘어갔다.

▲‘아빠 출장 따라온 껌딱지 딸’ SNS에 사진 게재는 우연히 여행일정 겹친 것=검찰은 지난해 9월 방전사장이 미국 뉴욕 출장 당시 딸과 함께 ‘그라운드제로’ 타워에서 찍은 사진이 SNS 에 올라온 것은 가족동반의 증거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부인과 딸은 딸 약혼자 집에서 따로 숙식을 해결했고 대통령 UN연설이 끝난 후 잠깐 짬을 이용해 딸이 전화가 와서 ‘그라운드 제로탑’에서 만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워싱턴 브리지’ 통과 사진은 교통통제로 택시를 잡을 수 없어 딸을 약혼자 집에 데려다 주는 과정에서 촬영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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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호 전 사장이 뉴욕출장중이던 지난해 9월 그의 딸이 ‘아빠 출장 따라온 껌딱지 딸’이라는 제목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


▲휴일 우드베리 쇼핑몰에서 식사는 불기소 이유서에 누락=방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뉴욕 출장 중 휴일을 맞아 시내에서 1~2시간정도 떨어진 우드베리 쇼핑몰에서 모두 7차례 걸쳐 식음료와 스테이크 등 식사를 하면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UN본부 서모과장 이름을 영수증에 허위로 적어내는 등 가족들과 함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의심이 갔던 부분이다. 방 전 사장은 문체부 특감에서 “일요일에 우드베리 쇼핑몰을 드라이브 하면서 한국음식문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집행한 비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를 사용해서는 안 될 휴일에 쇼핑몰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도저히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이 부분에 언급이 없었고 그 이유에 대해 해명도 못했다.

▲동반 식사자 이름 허위 제출은 실무자의 잘못=지난해 9월 출장을 다녀온 후 비용을 정산하면서 지출결의서에 오준 유엔대사 등 동반 식사자가 허위로 적혀진 것은 실무자들이 방 전 사장에 확인하지 않고 동반 식사자를 임의로 기재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정산 담당직원 조모씨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사장님이 작성하지 않은 동반자를 어떻게 실무자들이 마음대로 적어내느냐”고 정반대로 얘기한바 있다. 국내 업무추진비 정산내역을 허위로 기재한 책임에 대해서는 서로 진술이 엇갈렸다. 방 전 사장 비서는 “부당한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담당팀장은 “사장이 (비서에게 준)지인 리스트에서 임의로 작성하라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한 방 전 사장 편을 들었다.

▲중학교 동창 호프 모임 비용도 적정한 업무추진비=방 전 사장은 지난해5월(12만2000원)과 10월(7만7500원) 2차례에 걸쳐 중학교 동창모임의 2차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방 전 사장은 “시중은행 상무, 제약회사 사장, 국제무역 사장 등 동창들과 아리랑TV 조직역할 등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한 만큼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황당한 궤변에 가까운 주장이었지만 검찰은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봤다. 결국 이들 동창생중 한 명으로부터“(방전사장과)아리랑TV홍보에 관련된 대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을 받아내고 이를 근거로 중학교 동창모임 비용도 정당한 업무추진비로 인정했다.

▲국정원 직원과 외주제작 구조적 비리 척결 논의하며 94만원 짜리 식사=방 전 사장은 문체부 특감에서 지난해9월 프렌치 레스트랑에서 사용한 94만원의 집행내용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 그는 “외주제작에 대한 구조적비리척결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과 상의하며 집행한 비용”이라며 정당한 업무추진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 전 사장이 참석자나 인원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해 정당한 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문체부 결론을 뒤집고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아리랑TV본부장급 직원이 방 전 사장과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손을 들어줬다.

▲청담동 자택부근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도 면죄부=문체부 특감결과 방 전 사장은 38차례에 걸쳐 전체 업무추진비의 16%(881만원)를 자택인 청담동 부근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택에 인접한 논현동, 신사동, 압구정동까지 포함할 경우 자택부근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36%(1967만원)에 달했다. 방 전 사장은 문체부 특감에서 “동네 음식점이 유명하고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자택인근에서 (법인카드를)사용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아리랑 내부규정에 따르면 아무리 맛집으로 소문이 났더라도 자택인근에서 업무추진비 사용은 대단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우선 객관적 증빙이 가능해야 하고 이 경우에도 집행 경위서를 작성해 검사역의 확인통제를 받아야 정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족들이 법인카드를 갖고 집근처에서 사용할 수 없게 사전·사후 감시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방전사장은 이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는데도 검찰은 면죄부를 부여했다. 방 전 사장이 사용제한 규정을 잘 몰랐고 문체부 감사관이 가족들이 법인카드 사용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체부감사관이 입증하지 못한 사적유용 의혹은 검찰의 수사과제가 아니라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한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 횡령 사건 부실 수사]‘증빙자료 안 내서 불법 예단 못한다’ 황당 논리

[방석호 횡령 사건 ‘봐주기 수사’]동창모임 2차비용 결제도 ‘업무 관련 지출’ 봐주기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김신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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