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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엄마가 지하철서 떼쓰는 아이 뺨 철썩… 살벌 육아 프랑스, 子女체벌 금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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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기구 "체벌은 아동학대" 비난, 사회·녹색당 발의로 금지법 논의

佛부모 70%는 "금지법에 반대"

"너 때문에 수십명이 힘들어. 엄마는 너를 방치한 무식한 사람이 됐고."

지난 10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지하철 9호선 안에서 "철썩"하는 소리가 났다. 6~7세쯤 돼 보이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자 젊은 엄마가 아이의 뺨을 때린 것이다. 아이는 더 이상 칭얼거리지 않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주변에서 "엄마가 애를 제대로 가르치네" "그대로 놔두면 한마디 하려고 했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프랑스 사회에서 부모가 훈육을 위해 자녀를 체벌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지나치게 장난을 치거나 큰 소리로 주변에 피해를 주면 부모는 가차없이 매를 들어 아이를 제지한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자녀 체벌에 '아동 학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까지 잇따르자 프랑스 국회는 부모의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 부모들 사이에선 "때리지 않고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는 자성론과 "적절한 수준의 체벌은 필요하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프랑스 법으로도 아동 학대나 폭행은 심각한 범죄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행위도 전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아이 뺨을 때리는 정도의 체벌은 용인돼 왔다. 이런 관행에 먼저 제동을 건 것은 유럽 인권감시기구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였다. 평의회는 작년 3월 "어린이 체벌을 명확하게 금지하지 않고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프랑스 정부에 요구했다. 올 들어선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도 모든 종류의 아동 체벌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프랑스 국회는 지난달 사회당과 녹색당이 발의한 '체벌 금지법'을 안건으로 채택해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부모는 아이에게 어떠한 종류의 신체적 체벌도 가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 부모들 사이에선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아이가 자기의 잘못을 명확히 알고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일정 정도 체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르피가로가 시민 10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체벌 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두고 있다는 한 파리 시민은 "체벌 금지법은 체벌과 폭력을 구분할 줄 아는 대부분의 부모를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적절한 수준의 체벌은 아이를 예의 바르고 지각 있는 시민으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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