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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이제 슬픔을 지울 때"… 파리 마리안 동상 대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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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1년 7개월간 애도의 장소 역할

"굴복 않겠다" 페인트 글 뒤덮여

"이제는 슬픔을 지울 때입니다. 씻겨 내려가는 잉크처럼 우리의 슬픔도 씻겨나가길 바랍니다."

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 파리 시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프랑스 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마리안(Marianne) 동상 주변에 철제 펜스를 세웠다. 낙서 제거용 화학 세제가 든 호스를 들이대자 동상 하단을 가득 메운 페인트 낙서와 그림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겹겹이 쌓인 꽃다발도 말끔히 청소됐다. 엉겨 붙은 촛농은 일일이 손으로 뗐다. 작년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시민들의 슬픔으로 덮여 있었던 마리안 동상이 새로운 시작을 맞는 순간이었다. 파리시는 오는 11일까지 마리안 동상 대청소 작업을 진행한다.

조선일보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있는 마리안 동상(왼쪽 사진). 지난 2일(현지 시각) 파리 시청 환경미화원들이 마리안 동상에 가득한 추모 메시지를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EPA·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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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은 공화국 프랑스를 상징하는 수호 여신이다. 1830년 화가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에서 한가운데 프랑스 국기와 총을 들고 서 있는 여성이 마리안이다. 이 그림이 인기를 끌면서 1848년부터 프랑스 각지에 마리안 동상이 세워졌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1889년 마리안 동상이 들어섰다.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이 동상이 눈물을 쏟아내는 공간이 된 것은 작년 1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를 공격하면서부터였다. 이 테러 직후 세계 각국의 정상을 포함해 200만명의 시민이 이곳을 방문해 꽃과 촛불을 바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시민들은 동상 하단에 '우리는 지지 않는다' '내가 샤를리다' 등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적었다. 이후에도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지난달 니스 트럭 테러 등이 이어지면서 마리안 동상은 1년 7개월여 동안 추모 공간 역할을 했다.

동상 대청소 계획이 나오자 일부 시민은 "그간의 기록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반발했다. 파리시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사전에 낙서를 카메라로 촬영해 보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프랑스 매체들은 "청소가 끝나면 마리안 동상이 다시 아름다움을 되찾고, 프랑스 사람들도 슬픔을 딛고 일어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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