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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작년 난민 100만명 받은 독일… 청소년 포용 위한 학급 80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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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치유·다문화 교육 "노령화 독일의 미래 일꾼 될 것"

지난달 21일 오후 4시(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훈스루크 초등학교 앞.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히잡(이슬람식 두건)을 쓰고 있는 여성과 백인 남성이 교문 앞에서 함께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밖으로 빠져나오는 아이들의 피부색이 다양했다.

교실 벽에는 이슬람교·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설명하는 자료가 붙어 있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니 아빠는 백인, 엄마는 황인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 학교 학생 중 60%는 부모 혹은 본인이 외국 태생이다. 이 학교는 작년부터 난민 청소년 80여명을 위한 특별 적응 학급을 4반 운영하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달 21일 오후 독일 베를린 훈스루크 초등학교에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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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독일어는 물론, 이주(移住)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댄스·스포츠·뮤지컬 등도 이수한다. 프리데리케 테레히테-메메로글루 교사는 "독일에 온 모든 미성년자는 학교에 다니고 독일어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독일 정부의 입장"이라며 "미성년자들은 언어 습득이 빨라 성공적으로 미래 독일의 일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독일에는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유입됐다. 이로 인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등장하는 등 반(反)난민 정서가 불어닥치기도 했지만, 교육 현장은 묵묵히 난민 통합에 힘쓰고 있었다. 지난해 난민 청소년을 위한 특별 학급 8000여개를 개설하고, 교사 8500명을 추가 고용했다.

독일의 난민 전문가들은 "난민 수용은 인도주의적 문제지만, 미래 독일 경제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슈테판 시버트 베를린 인구발전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독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4100만명 정도인데, 이민자가 없으면 2050년에 2900만명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난민 등 이민자 유입은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특히 대다수 난민이 젊기 때문에 미래에 고숙련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용자단체 독일경영자총협회(BDA) 노동시장 담당관인 카르멘 바산 박사는 "인구 감소로 인해 이미 독일 등 선진국에서 노동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진국 사이에서 젊은 노동력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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