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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그놈은 쓰레기다"일본 한 경찰서 소속 2명같은 상사 이름 쓰고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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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쓰레기다."

작년 10월 5일, 도쿄 덴엔초후경찰서 5층 화장실에서 권총 자살한 경찰관 A(당시 29세)씨가 남긴 손바닥만 한 노트에 상사의 이름과 함께 적혀 있던 글이다. A씨는 평소에도 부모에게 "상사 때문에 괴롭다"는 얘기를 종종 해왔다. 부모는 그때마다 "월급쟁이는 자기랑 안 맞는 상사와도 만나게 마련"이라고 달랬다.

넉 달 뒤인 올해 2월 21일,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경찰관 B(당시 53세)씨가 권총으로 자살했다. B씨의 주머니에서 나온 메모지에도 A씨의 노트에 적혀 있던 바로 그 상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A씨와 B씨는 같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동료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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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 2명이 잇달아 상사의 이름을 거명하며 자살했지만, 경시청은 "'파와하라'는 없었다"고 결론 짓고 그대로 사건을 덮었다고 아사히신문이 8일 보도했다. 파와하라는 영어 표현 '파워 허래스먼트(Power Harassment)'의 일본식 줄임말로, 윗사람이 권력을 악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뜻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경시청은 A씨가 숨진 뒤 자체 조사를 벌였다. 이후 A씨의 부모에게 “수십 명을 조사했지만 파와하라는 없었다. 사건 당일 문제의 상사가 A씨를 특히 호되게 꾸짖은 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인 불명의 자살’이라는 결론이었다. 넉 달 뒤 같은 경찰서에서 B씨까지 자살하자, A씨의 부모가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번에도 경시청은 “상사가 품성이 부족한 언동을 하긴 했지만, 결론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관리직으로서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의 상사를 징계 처분했다고 한다. 상사는 올 6월 사표를 냈다.

경찰대 총장을 지낸 다무라 마사히로(田村正博) 교토산업대 객원교수는 “(상사가 부하를 거칠게 누르는) 행동을 용인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회가 변했으니 지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관리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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