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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단독] ‘댓글 수백개’ 자백·목록 있는데 재판부, 확인조차 않고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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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좌익효수’ 봐주기 기소 의혹 | 법원 ‘무죄’ 판결 문제 없었나

다른 댓글도 ‘연관성’ 정황에도

‘선거개입 의도 불분명’ 판단

“소속기관 보호 목적” 되레 옹호

건수 적다고 선거개입 아니다?

서울시공무원 페북글 2회 ‘유죄’



국가정보원 직원 ‘좌익효수’의 국정원법 위반(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을 보면 검찰이 기소한 10건의 글보다 훨씬 많은 글이 작성됐고 선거개입 혐의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도 재판부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유씨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가 지난 21일 ‘좌익효수’ 유아무개씨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근거는 이렇다. 선거개입 혐의가 있는 댓글이 총 10건에 불과하고, 댓글 게시 기간이 짧은데다 상당 기간 동안 야권의 여러 정치인에게 저속하고 과격한 비방 댓글을 달아왔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 등을 꼼꼼히 봤다면, 좌익효수가 10건의 글 말고도 선거개입 혐의가 짙은 수백개의 댓글을 올렸다는 정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앞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좌익효수는 검찰 조사에서 수백 건의 선거 개입 글을 올렸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조서에는 10건의 댓글 외에도 다른 선거개입 글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여럿 담겨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탓에 재판부가 수백개의 선거개입 글을 올린 정황을 알고도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유씨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판사는 “유씨가 검찰이 기소한 댓글을 게시하기 훨씬 전부터 ‘선거와 관계없이’ 상당한 기간 야권 여러 정치인들에 대해 매우 저속하고 과격한 표현의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왔다”면서도 “이는 해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보다는 특정 후보자에 대해 반복적인 부정적 감정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결국 유씨의 선거개입 글이 많았다는 정황을 알고서도 공판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재판부는 공소사실 외 다른 댓글에 대해서는 검찰의 추가 수사나 기소가 없다고 판단해 법과 원칙에 따라서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댓글 건수가 적다고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은 그동안 국가공무원의 선거개입을 엄격하게 처벌해왔다. 2014년 5월 서울시 공무원 김아무개(50)씨는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홍보하고, 정몽준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각각 한 차례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원심은 “김씨의 행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유죄 판결했다. 그러나 좌익효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야권 대선후보를 비방한 유씨에 대해 “좌익효수가 소속된 기관(국정원)을 보호하거나 방어하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오히려 옹호하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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