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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테러방지법 위험성 잘 다뤄…법 통과뒤 상황정리 없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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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테러방지법·필리버스터 보도

한겨레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가 열려 위원들이 필리버스터 관련 기사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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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반대토론이 8일간 이어졌다. 국내외를 통틀어 신기록이다. 40여년 만에 재현된 필리버스터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 법은 결국 지난 3일 새누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괴물 국정원’ 탄생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사찰에 대한 불안이 온 국민을 덮쳤다. 여기에 청와대와 여당은 ‘테러방지법’에 이어 이번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포털 서버까지 영장 없이 들여다보겠다는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보안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등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는 국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 학계 등에서도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이 문제를 핫이슈로 제기할 태세다.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은 테러방지법 관련 보도에 대해 “테러방지법 폐해를 깊이있고 지속적으로 파헤쳐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 폐해를 좀 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다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10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적극 파헤쳐…필리버스터 발언 전문 링크했더라면

정현백 위원장 이번달은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두 가지 주제를 모두 놓고 이야기를 해보자. 두 법이 조금은 성격이 다르긴 하다.

이승열 위원 <한겨레>는 뚜렷한 시각으로 테러방지법의 부작용과 국가정보원 권한 강화 등을 둘러싼 문제점을 깊이있게 다뤘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그 여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 수정을 총선 공약 1호로 삼을 만큼 테러방지법 통과는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우려의 핵심은 법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거기에 내포돼 있는 독소조항, 즉 국정원의 권한 강화 등이다. 이런 점에서 한 야당 의원의 얘기에 공감이 갔다.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풀어야지, 왜 호랑이를 풀었나 하는 것이다. 호랑이를 풀면 쥐보다는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크지 않으냐는 얘기다. 한겨레도 스트레이트 기사와 사설, 칼럼, 기고 등을 통해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적극 부각시켰다. 사생활의 자유 등을 위해 사이버 망명이 일어나는 현상 등도 조목조목 짚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와 함께 한겨레의 집요하고 심도있는 기획을 통해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의 내용에 대해 잘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한겨레가 큰 구실을 한 것 같다.

집요하고 심도있는 기획 돋보여
국정원 권한 강화 등 부작용 부각
필리버스터 한계점도 잘 알려줘


백미숙 위원 평범한 주부 입장에서 말씀드리겠다. 신문을 구독하고 있지만 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한다. 신문 전체를 다 못 읽고 지나가는 날도 많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방식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처음 느꼈다. 에스엔에스에서는 한겨레 등의 기사를 인용할 때도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주로 공유한다. 따라서 에스엔에스에서는 테러방지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 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야당 의원이 잘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신문에서는 필리버스터가 가진 한계점과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잘 다뤄줬다. 독자들이 신문만 꼼꼼히 읽었다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간 없는 사람들이 신문을 펼쳤을 때 이해를 잘할 수 있도록 편집한 것 같다. 어떤 경우는 큰 제목만 보고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소제목을 보고 이 기사가 무엇에 대한 내용인지를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홍성일 위원 한겨레가 오랫동안 국정원의 권한 강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걸 알고 있다. 이번 국면에서도 한겨레는 필리버스터를 비롯해 테러방지법에 대해 많이 다뤘다. 이 문제는 민생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을 수 있는 이슈였다. 더구나 보수언론들은 안보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정보가 부지불식간에 감청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연한 민생에 해당한다. 국회의원들마저도 국정원에 의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 필리버스터는 끝났지만, 한겨레는 이 문제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계속해줘야 한다. 필리버스터라는 사건 자체가 한국에선 드문 예다. 긴 시간 얘기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없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소수 의견이 묵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성과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의원들이 이렇게 똑똑하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사람도 주변에 있었다. 그러나 언론에는 의원들의 발언이 편집된 채로 실린다. 지면에는 다 전달하지 못하더라도 정치인들의 발언 전문을 인터넷 링크 등을 통해 소개해줬다면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데 훨씬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정치인들의 긴 이야기를 지면에 어떻게 꾸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필리버스터가 제공한 것 같다.

■ 어려운 법안 내용 쉽게 풀어줬어야…과거 정부 때와 현재 법안 차이점 더 드러냈어야

이상재 위원 한겨레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테러방지법의 폐단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해왔다. 하지만 사안 자체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점이 불리한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쉽게 풀어 국민들이 잘 이해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 법은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와 맥락이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비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보안법의 이 조항에 의해 해방 이후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검찰과 국정원이 이 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만약에 테러방지법의 모호함이 국가보안법 7조의 모호함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면 앞으로 유사한 피해 사례가 나올 수 있다. 텔레그램에 가입하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제2의 사이버 망명 열풍이라고 느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입을 하고 있다. 이 법이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법안 통과 과정에서 독소조항 등이 많이 알려지면서 일상생활에서 사생활 침해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우려감이 널리 퍼진 때문으로 보인다.

임자헌 위원 3월8일치에 실린 ‘테러방지법 사찰논란 여전한데… 박 대통령 ‘사이버테러방지법’도 요구’ 기사 편집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요구했다는 기사 바로 옆에 ‘미 국방부 ‘사드, 서울·수도권 방어 어렵다’’ 기사가 배치됐다. 또 같은 날 오피니언면에는 ‘테러방지법에 한계는 없다’는 시론이 실렸다. 그날 신문 하나를 다 보면서 서로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월24일치를 보면, 필리버스터가 무엇인지 짧게 설명해주긴 했지만,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거나 한계점 등을 짚어주는 기사가 없었다. 테러방지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 국정원의 과거 문제적 사건, 법제처 해석에 따라 지금은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는 점을 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눈에 확 들어오는 편집은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기사가 없었던 것 같다. 독자가 추론해서 감을 잡는 방식이 돼버렸다. 단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크게 정리해줬으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텔레그램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애플의 아이폰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경제적 손실 등을 다뤄줘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이나 엘지는 이 때문에 향후 아이티(IT) 강국 회사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위원장 사이버테러방지법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기사에서 언급하셨는데, 그 내용을 박스 기사 등으로 다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에 애국법이 어떻게 제정됐고 이후 어떤 문제들이 나왔는지를 분석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전례를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 테러방지법 통과와 관련해 정부·여당의 주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발의했다는 것이다. 15년 전의 테러방지법과 지금의 테러방지법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줬어야 한다고 본다. 그때는 민주당이 통과시키려 했지만 새누리당이 기를 쓰고 반대했고 그때 반대한 새누리당이 지금은 통과시키기 위해 난리를 쳤다. 입장이 바뀐 이유 등을 지적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한겨레 기사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수정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한겨레의 입장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들에 미칠 영향 쉬운 설명을
사이버 망명의 경제적 손실 다루길
애국법 등 외국사례와 비교도 필요


김종철 부문장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어느 국민도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굉장한 호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정치의 낙후성과 여권의 오만함이다. 정치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반대 여론을 수렴해서 제도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여당은 반대자들을 완전히 무시했다.

한겨레가 테러방지법의 수정과 폐기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저는 애초 이 법안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본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테러방지법을 국정원 주도로 내놨지만, 한겨레는 그때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독소조항이 워낙 많아서 일부 손을 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기에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힘들다면 전면 폐기에 가까울 정도의 수정을 해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됐고 자기 조직을 유지, 강화하려는 국정원이 이제 칼자루를 쥐었다. 과거 독재정부 때의 간첩조작단 사건처럼 국정원이 자기과시를 위해 향후 국제테러단의 국내 조직을 색출했다는 식의 발표를 하고 나올 수 있다. 없는 사실을 조작하기는 힘든 시대여서 이전처럼 마구잡이로 테러단을 만들 수는 없더라도 앞으로 테러 예방을 빌미로 국정원이 야당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24시간 365일 감시할 여지가 생겼다. 통신 감청 등 모든 수단을 다 활용해서 얻은 정보로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 불황 틈탄 국민기본권 침해 우려…테러방지법 총선 핫이슈로 이어가야

이상재 14일치 아침신문에서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의 여직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테러 행위자로 지목한 문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기사를 봤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테러 당사자로 적시해서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것은 이미 이 법이 진행중이라는 뜻이다. 법은 이미 통과됐고 국정원은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저렇게 맹렬하게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보면 특히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여당 의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법으로 압박당하는 사례가 꽤 많았다. 실제로 이재오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법이 가진 위험성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반 시민들도 내가 피해를 입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납북 어부 등 특수한 상황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간첩 피해자는 모두 일반 시민들이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피해 사례가 법안 통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겨레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이승열 세계가 각종 테러, 계층간 갈등, 경제 불황의 터널 안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나라 전체가 보수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보수화가 진행되면 기본권 침해도 서슴없이 하기 마련이다. 기본권은 후순위로 밀리고 국가적 필요에 의해 다른 무언가를 밀어붙이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기본적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빅 브러더’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잡한 마음이 생긴다.

임자헌 일반 사람들에게 법은 지켜야만 하는 절대적·천부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능동적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필요에 따라 폐기되고 하는 것이란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마치 법은 하늘에서 내린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논의하는 것과 밖에서 느끼는 법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상위법과 하위법의 개념도 없다. 민주국가의 법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한겨레가 반드시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석규 에디터 테러방지법의 실효성에 대해 굉장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권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첫날 필리버스터를 보고 편집되지 않은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신문은 지면 제약 등에 의해 보도에 여러 한계가 있다. 테러방지법이란 거대한 이슈에 맞서 여러 면을 할애해 테러방지법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짚었다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임팩트도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어려운 법안인 만큼 사안을 쉽게 접근해서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국가보안법 제7조 등과 비교한 기획 아이디어 등은 추후 지면을 통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위원장 사이버테러방지법이 계속 논란이 되고 수면 위로 떠오를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은 직권상정을 하고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직권상정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이버테러방지법으로 관심과 우려가 옮아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보수세력에게 가장 약한 것은 선거다. 총선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해서 견제를 할 수 있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생활과 이 법안이 얼마나 연계되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리 최익림 심의위원 choi21@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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