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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나 국정원 서울팀장이야”…투자 미끼 10억 뜯은 전직 정보사 간부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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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정보사령부 소령 김모씨(46)는 2013년 4월 군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ㄱ씨(54)에게 “축협에 투자하면 매년 투자금의 60~65%의 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했다. 20여년간 군에서 보급 업무를 담당해온 김씨가 군납 닭고기 납품 대행을 맡은 축협을 언급하면서 투자를 권유하자 ㄱ씨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면서도 ㄱ씨가 거액을 투자할 생각에 다소 망설이는듯한 태도를 보이자 김씨는 축협 조합장 도장을 몰래 새겨 ‘육계투자지급보증서’를 위조·제시했다. ㄱ씨는 “김씨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3년이 다 되도록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 부대 납품과 공사계약을 따주겠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고 계약보증금 명목 등으로 4명에게서 총 10억2100만원을 떼먹고 정보사 소령으로 예편한 김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2월 전기공사업체를 운영하는 ㄴ씨(46)에게 “국가정보원 서울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정보사령부 전기공사를 하청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계약보증금과 접대비 명목으로 1억9600만원을 받아챙기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정보사령부 보급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신분을 국정원 직원인 것처럼 속였는데, 투자에 확신을 주기 위해 실제 공사 설계도면까지 유출해 범행에 이용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음료수 가공·판매업체 전무인 ㄷ씨(43)에게 “공개입찰로 군납 납품업체를 선정하지만 수의계약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해 주겠다”고 속여 계약보증금·접대비 명목으로 3억1000만원을 편취했다. 김씨는 자신이 20여년간 군에서 보급 업무를 담당하면서 군납업체 선정과 수익구조 등 실무를 꾀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그럴듯하게 상대방을 속여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9년부터 제1·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해 모두 탕진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인들로부터 소개받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가로챈 돈은 대부분 다시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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