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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권은희, “국민들이 못된 영주 혼내는 ‘엘시’ 되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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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필리버스터 22번째 주자로 나서

“테러방지법 위험 모른다면 무능, 안다면 국민 우습게 보는 것”

영국동화 언급하며, 국민들 ‘마지막 주자’ 되어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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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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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27일 밤을 기점으로 연속 100시간을 넘어선 가운데, 필리버스터는 일요일인 28일에도 계속됐다. 필리버스터 6일째인 이날 오전 9시20분 박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22번째 주자로 연단에 오른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테러방지법이 직권상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직권상정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로 인해 국회에서 무제한 반대토론이 시작되었고 국민들께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폭로 당사자이기도 한 권 의원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행하려 하는 ‘테러방지법’은 국민의 권리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법, 전국민을 잠재적 테러 위험인물로 만드는 법”이라고 규정했다. 권 의원은 “(국정원 권한 강화로) 앞으로 닥칠 위험을 모른다면 무능한 정부·여당이고, 알면서도 이를 강행한다면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는 정부·여당인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발언 도중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으로 강화된 권한을 오·남용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수사했던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토론 주제가 빗나갔다. 테러방지법만 발언해라”는 등의 고성을 내질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만,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몇 명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 참석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종종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곤 한다. 사회를 보고 있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권 의원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내용 발언이 의제와 연관 있다고 본다”라며 “자리에 앉아서 뭐라뭐라 하면 진행이 곤란하다, (무제한 토론) 발언을 신청하시든가요”라고 말하며 이를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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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을 벌이는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게 좌석에서 손을 들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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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은 또 “엘리너 파전의 작품인 <줄넘기 요정>의 동화 속 이야기가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다”며 “국민들께서 동화 속 주인공처럼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오만한 질주를 포기하게 만들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우화로 든 영국의 동화인 <줄넘기 요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새 영주가 공장을 세우기 위해 글라인드 마을의 전통인 케번산에서의 줄넘기를 못하게 하자, 마을 주민들이 한 사람씩 이어서 줄넘기를 해 가장 마지막 사람의 줄넘기가 끝나야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고, 이에 영주는 당연히 자신이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마을 주민들의 줄넘기가 거의 끝날 무렵, 그때 이 마을 줄넘기 전통의 창시자인 100살이 넘은 엘시 피더크가 홀연 나타나 요정들에게 배운 줄넘기로 끝없이 줄넘기를 해 산을 지켜내고 못된 영주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마을 주민들의 줄넘기’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끝무렵 나타난 엘시는 국민들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할 때, 이 동화를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국민들이 ‘엘시 피더크’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권 의원은 이날 낮 12시20분까지 3시간 가량 무제한 토론을 이어갔다. 권 의원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직전 일어난 ‘국가정보권 댓글 사건’을 맡았다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 축소 지시를 받았다’는 폭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거꾸로 권 의원이 위증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휴일인 이날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은 많은 시민들이 몰려와 국회 방청석을 가득 채우고 필리버스터 현장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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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방청객들이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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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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