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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누리꾼들 “필리버스터 의원들 추천도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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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필리버스터 열풍 인터넷 서점가로 확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테러방지법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 연설하면서 소개한 책들이 덩달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겨레

코리 닥터로우는 자신의 책이 필리버스터에서 언급된 것을 전해 듣고 “한국의 입법자가 테러방지법에 대항하기 위해 ‘리틀 브라더’를 인용했다”며 관련 뉴스의 링크를 직접 걸어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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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7시께 김광진 의원(더민주)이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 수단으로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문병호(국민의당), 은수미(더민주), 박원석(정의당), 유승희·최민희(더민주), 김제남(정의당), 신경민·강기정·김경협(더민주), 서기호(정의당), 김현(더민주) 의원 차례로 26일에도 나흘째 밤낮없이 이어졌다. 발언대에 선 의원들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법안 조문을 조목조목 짚거나, 책을 발췌해 읽으면서 다양한 관심을 유도했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의 바통을 받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24일 5권의 책을 들고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박 의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을 다룬 책 <간첩의 탄생>(시사인북)과 미국의 ‘스노든 사건’을 취재한 전직 가디언 기자가 쓴 책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모던타임스)을 챙겼다. 또 세계 정보기관의 역사와 실태를 다룬 책 <조작된 공포>(창비)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벌어진 사건과 숨은 이야기를 기록한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현암사), <국정원 진실위원회 보고서>(국가정보원) 단행본까지 들고 올라갔다.

박원석 의원의 조태근 보좌관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토론 준비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국정원이나 정보기관의 문제점을 다룬 책을 중심으로 가져갔다”며 “의원님이 발언 차례를 기다리면서 자료를 검토했고, 관련 자료는 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와 법학 관련 교수 등 전문가 그룹에서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버스터 발언 이후 의원실을 통해 책 관련 문의가 자주 들어오고 있다”면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논문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도 요청이 많아서 직접 보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희 더민주 의원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주요 대목을 발췌해 읽었다. 이 책은 소수의 지배자가 법이나 제도의 구속을 받지 않고 통치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저항하다가 파멸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자신의 저서인 <국정원을 말한다>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수사 축소와 은폐를 지시한 의혹을 받은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관련된 대목을 읽었다. 신경민 의원의 박재현 비서관은 “책에는 신 의원이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으로서 겪은 기록을 총망라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특히 국정원 개혁 방안이 담겨 있어 토론 중 이 부분을 강조하려고 책을 챙겨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토론 중 “게임과 해킹을 좋아하던 17세 소년이 테러범으로 몰려 국가기관에 고초를 당하고 이에 맞서는 한판 승부가 벌어졌습니다. 누가 승자가 될까요?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라며 코리 닥터로우의 대표작 <리틀 브라더>(아작)를 소개했다. 서기호 의원실 관계자는 “앞서 토론한 의원들이 논문을 많이 소개했는데,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며 “국가기관의 감시를 받으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코리 닥터로우는 자신의 책이 필리버스터에서 언급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국의 입법가가 테러방지법에 대항하기 위해 ‘리틀 브라더’를 인용했다”며 관련 뉴스의 링크를 직접 걸어서 눈길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통해 소개된 도서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필리버스터는 인문학 강의 같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추천도서 읽고 제대로 알기다”, “필리버스터에서 언급된 책으로 독서모임을 해도 좋을 듯”, “국민이 똑똑해야 사회가 바로 선다. 책 읽어주는 남자 서기호 의원의 추천 책을 읽어봅시다”, “테러방지법이 시행되면 어떤 사회가 올까를 역설적으로나마 쉽고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흔적없이 사라지는 법>(씨네21북스)은 어떨까요?”라는 등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필리버스터 열풍은 인터넷 서점가로도 확산중이다. ‘말의 의미를 찾습니라’라는 주제로 연중기획을 펼치고 있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26일부터 ‘이것이 민주주의, 필리버스터’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알라딘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저서와 필리버스터 중 언급된 책을 모아 소개하는 페이지를 열었다. 페이지에는 신경민·은수미·서기호 의원의 저서를 비롯해, 필리버스터 도중 언급된 책을 소개했다. 박태근 알라딘 엠디(MD)는 “필리버스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책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독자들이 민주주의, 감시 국가, 저항의 방법과 관련한 책들을 추천해주시면 적극적으로 목록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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