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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제2 좌익효수’ 조사 시늉만…검찰, ‘댓글’ 은폐하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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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 직원 댓글 수사

‘조직적 댓글활동’ 유씨만 기소

나머지 3명 참고인조사로 끝내

검 “선거 관여 판단 어려워서”

어떤 차이였는지 밝히진 않아


검찰이 지난 대선 무렵 국정원 직원 ‘좌익효수’와 비슷한 활동을 한 다른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하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검찰은 좌익효수에 대한 고발이 접수된 지 무려 2년5개월 만에 기소해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18일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좌익효수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 유아무개씨와 다른 국정원 직원 3명이 ‘디시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정치적인 게시글을 여럿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2013년 7월 이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유씨의 댓글 활동은 앞서 특별수사팀이 2013년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할 때 재판부에 제출한 범죄일람표가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범죄일람표에는 유씨가 작성한 글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고, 이 글을 바탕으로 추적에 나선 누리꾼 등이 유씨가 디시인사이드에 대규모 게시글을 작성한 사실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유씨를 상대로 한 고발이 이어졌다. 유씨가 성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글을 올린 인터넷 시사방송 진행자 이경선씨도 2013년 10월 유씨를 고소했다.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의 조직적인 댓글 활동에 집중했던 특별수사팀은 다른 부서 소속인 유씨 등 4명의 수사를 미뤘다. 이 수사가 재개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검찰은 이들 가운데 댓글 활동이 노출된 유씨만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2년 넘게 유씨 사건을 질질 끌다가 지난해 11월 유씨를 모욕죄와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유씨를 제외한 3명은 추가 조사는 물론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좌익효수의 경우 일부 게시글이 선거에 관여했다고 볼 만한 부분이 있고 모욕죄로 고소도 된 상태였기 때문에 기소를 했지만, 나머지는 선거에 관여했다고 판단하기가 어려워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당시 국정원은 검찰에 체포된 국정원 직원에게 변호사를 보내 진술을 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등 특별수사팀의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 조사에 순순히 응했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으로 혐의가 입증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이 주로 활동한 곳이 평소 야당 정치인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비난글이 자주 올라오는 ‘일베’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의 경우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검찰의 설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검찰이 고소·고발이 접수된 유씨는 어쩔 수 없이 기소할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대선 여론 조작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해 사건을 은폐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선거운동에 해당되느냐 마느냐는 선거 관련 글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 의도가 있어야 한다. 좌익효수는 (그러한) 방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유씨와 다른 3명의 댓글에 어떤 차이가 있어 기소 여부가 갈렸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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