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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제대로 된 국회’ 이번에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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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바꿔야 할 것들, 경제민주화·양극화 해소·복지확대 등 해답 내놓아야



오는 4월 13일 총선 후 당선자가 발표되면 20대 국회는 5월 말 개원된다. 20대 국회는 이전 국회보다 더 많은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19대 국회에 크게 실망한 나머지 국민들이 새롭게 출범할 20대 국회에 잔뜩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는 2012년 개원 당시 ‘선진화 국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이 2012년 5월 19대 국회 임기 개시일부터 시행됐다. 다수당은 힘으로 밀어붙여 날치기를 하고, 소수당은 법안 통과에 반대하면서 농성으로 맞섰던 그동안의 관행이 선진화법 시행으로 더 이상 국회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다행스럽게도 날치기와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정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법안 가결률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012년 개원한 이후 2015년 12월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19대 국회는 1만7000여건의 법안 가운데 5449건을 가결했다. 법안 가결률이 31.6%로 가장 낮았다. 18대 국회의 44.4%, 17대 국회의 50.4%를 훨씬 밑도는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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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이 지난 12월 2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2016년 예산안 부수법안인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표결처리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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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으로 시작해 정쟁으로 끝난 19대

국정원의 대선댓글 논란, 세월호 참사, 메르스 확산, 역사교과서 논란 등으로 여야는 힘겨루기만 했다. 19대 국회는 정쟁으로 시작해 정쟁으로 막을 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선 전직 국회의원인 정장선 전 의원(새정치국민연합)은 “19대 국회가 선거구 획정 하나 제대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이 하나만으로도 국회의 현재 모습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전직 국회의원인 이계진 전 의원(재선·한나라당)은 “국회를 보면 국회의원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세상”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19대 국회를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2월 10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돌이켜 보면 19대 국회는 제가 그토록 원했던 정쟁의 정치구도를 끊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지역패권주의와 양당 대립을 심화시키는 선거제도의 개편 등 근원적인 정치개혁을 호소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2년 19대 국회가 출범한 6월,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에서 19대 국회의 과제를 제시했다. 민생안정,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 복지 확대, 민주주의 기본권 확보, 정부의 투명성 확보 등이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19대 국회에서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같은 일부 법을 제외하고는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관련 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내세운 19대 국회의 과제는 그대로 20대 국회의 숙제가 됐다. 민생과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 복지 확대 등은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돼 있고,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풀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장선 전 의원은 “경제는 바닥에 있고 빈부격차는 커져 서민들은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20대 국회는 여야가 서로 합의를 해서 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20대 국회는 무엇보다 사회양극화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중소기업·비정규직·청년·중소상공인들을 위한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돈이 돌도록 하는 경제민주화가 20대 국회의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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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삼권분립에 입각한 입법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19대 국회의 상징적인 사건은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원내대표직에서 끌어내린 것”이라면서 “20대 국회는 땅바닥에 떨어진 입법부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여당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야당은 여당만 비판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에서 국회를 경시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면서 “바로 이것이 현재 국회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휘둘리는 국회의 위상을 국회 스스로가 세워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계진 전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직을) 한 번만 하겠다는 각오로 하면 제대로 할 수 있고 오히려 재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국회 선진화가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는 공천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국회의원이 백악관 눈치를 보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상향식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이 명예교수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제대로 실시해 국회의원들이 위를 쳐다볼 것이 아니라 지역구와 국민을 보고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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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 위상 바로세우기도 시급

20대 국회는 개헌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당초 개헌은 새누리당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이 지난 11월 중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원집정부제를 거론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한때 이슈로 부각된 적이 있다.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우윤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1당의 장기집권 연장을 꾀하려고 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에는 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개헌은 무엇보다 1987년 체제를 극복하는 데 우선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국회 개헌모임을 주도해온 인사들의 주장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 대통령의 권력이 오·남용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우 의원은 “입법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도 여당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야당이 이에 맞서 투쟁을 하는 데서 비롯된다”면서 “이런 국회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20대 국회는 개헌을 가장 큰 과제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또 “개헌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정치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제를 바꿔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장선 의원 역시 “개헌을 해야 하고, 정쟁을 유발하는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구제를 바꿔 정쟁의 정치가 아니라 타협의 정치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의 향후 모습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결정된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20대 국회에 대한 희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장선 전 의원은 “양당의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내편 네편을 따져 무조건 당을 보고 찍을 것이 아니라 사람과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계진 전 의원은 “지금 그대로 가면 20대 국회에서도 정치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민들이 칼을 들면 정치인들이 놀라고 국민을 무서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뽑아 놓고 국회의원에게 욕한다”면서 “유권자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잘 평가해서 투표를 하게 되면 국회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20대 국회에 대해 그냥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직접 선거에 나서서 국회가 국민 다수의 뜻에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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