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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가을가뭄 비상> "내년 농사까지 걱정"…타들어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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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천수만 B지구 농민 "농사 20년 만에 이런 가뭄 처음"

격일제 제한급수 시행 홍성 주민들 "가뭄 빨리 끝났으면"

연합뉴스

<가을가뭄 비상> "이렇게 가문 적이 없었어요" (홍성=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올 가을 가뭄으로 검정콩 농사를 망친 홍성군 서부면 이해균(38) 씨가 가뭄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이웃집 콩밭으로 안내했다. 약 600㎡ 너비의 밭에 심은 검정콩이 대부분 말라 죽어 있다.


(홍성·서산=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20년 농사에 이런 지독한 가뭄은 처음입니다. 1천여 평 논에서 이삭 한 톨 못 건지니…", "검정콩은 지금 한참 물이 필요한 때인데 저수지고 도랑이고 다 말라버려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어요."

대풍 기대에 부풀어야 할 수확 철에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무와 배추 등 밭작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농민은 물론 지자체까지 나서 여기저기 관정을 뚫고 길게 호스를 깔아 농경지에 물을 대지만 역부족이다.

뒤늦게나마 양수기와 송수 호스 등을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농민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6일 만난 서산 천수만경작자연합회 이종선 대표는 "가뭄으로 천수만 B지구 960만평 가운데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이 없다"며 "수확량 감소가 최소 30%에서 많게는 100%까지다. 쌀 한 톨 못 건지는 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B지구에 인접한 A지구는 서산시에서 내려오는 정수장 물이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곳의 수확량도 10% 안팎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 논은 물 부족으로 '염해'(鹽害)가 겹쳐 벼 끝이 하얗게 말라가고 있다.

B지구에서 농사를 짓는 300여 농민이 입은 피해액은 19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각종 농업 재해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억∼2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벼를 조금이라도 건지려고 조기 수확에 나서지만, 쭉정이가 대부분이어서 허탈감만 커지고 있다.

천수만경작자연합회 이 대표는 "2010년 태풍 곤파스 피해 당시처럼 정부가 쭉정이 벼를 수매해 가축 사료나 가공용(떡)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내년 농사.

서산시 부석면 이장단협의회 조동섭 회장은 "B지구는 인근 저수지 '부남호' 물도 염분 농도가 올라가 쓸 수 없는 지경"이라면서 "내년 봄 모내기 전까지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륙의 더 들어온 농경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홍성군 서부면 신리 농민 이해균 씨는 "검정콩 재배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라며 "가뭄이 계속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허탈해했다.

"약 3천평 가운데 절반은 지하수를 퍼 올려 사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 재배지는 물이 닿지 않는다"며 "물을 댈 수 없는 곳의 콩 수확량은 예년의 1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저수지나 도랑의 물은 말라버린 지 오래"라며 "예년 같으면 3천만원 정도 수익이 나겠지만, 올해는 종자값이나 건지면 다행"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씨네 콩밭 옆에 한 달 전 심은 배추도 물이 부족해 생육이 좋지 못하고, 조금 떨어진 밭의 깨도 예년에 비해 알이 덜 찼다.

극심한 가뭄 피해는 농사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충남 서부 지역 시·군·읍에 거주하는 주민은 '제한급수' 상황에 놓였다. 보령댐 저수율이 예년의 절반 수준을 훨씬 밑도는 22%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댐에서 물을 받는 충남 8개 시·군 주민은 앞으로 최소한 6개월간 제한급수에 따른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홍성읍에서 2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한 나기순 씨는 "그동안 가뭄도 여러 번 겪었지만, 올해처럼 불편을 겪은 기억이 없다"며 "지난 며칠 동안 12시간씩 격일제 단수를 해 많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불편은 다른 음식점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조만간 많은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이같은 불편이 8일부터 다시 시작돼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성군은 관내 11개 읍·면에 대해 1∼4일 홀짝일 격일제로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상수도 공급을 끊는 '단수 훈련'을 했다. 5∼7일 다시 예전처럼 물을 정상 공급했지만 8일부터 다시 격일제 단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 씨는 "대부분 음식점은 자정이나 돼야 일이 끝나는데 밤 10시에 물이 끊기면 당일 마무리는 물론 다음날 장사 준비도 힘들어진다"면서 "미리 대비해 물을 받아놓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대중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단수 시간을 좀 줄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읍내 아파트 주민들도 앞으로 닥칠지 모를 보령댐 고갈을 우려하면서도 전례 없는 12시간 수돗물 단수 조치에 불만이 적지 않다.

홍성군 부영1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최문호 씨는 "보령댐 물을 사용하는 충남 8개 시·군 가운데 홍성군만 격일제 단수 조치를 했다. 1∼4일 일종의 단수 훈련을 했는데, 주민들의 민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가뭄이 계속될수록 커지는 불편에 이 지역 주민들은 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한편 정부와 지자체에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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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가뭄 비상> 영글기도 전에…타들어간 농심 (홍성=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극심한 가뭄으로 충남 서산 천수만B지구 논의 벼가 채 영글기도 전에 말라버렸다. 이 지역 농민들은 타는 가슴을 안고 '쭉쩡이벼'를 수확중이다. (서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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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율 22%…바닥 드러난 보령댐 (보령=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충남 서북부지역 식수원 역할을 하는 보령댐 상류가 지난 5일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사태를 겪는 충남 서북부 8개 지자체는 10월부터 사실상 제한급수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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