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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메르스 바이러스가 뒤흔든 대한민국의 13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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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명 감염, 36명 사망…치명률(19.35%) 전 세계 평균(38.3%)의 절반 수준

연합뉴스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가 마침내 대한민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에 양성을 나타내던 80번 환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A씨(68·퇴원)가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대한민국의 메르스 사태가 시작된 5월 20일 이후 135일 만이다.

이 기간에 186명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안타깝게 숨진 환자만도 36명에 달했다.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자가격리된 인원은 1만6천696명에 이르렀다.

◇ 통탄할 초기 방역

1번 환자 A씨는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가진 바이어 미팅에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의 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메르스 바이러스는 허술한 방역망을 뚫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A씨는 사우디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의료진도 그에게 중동 방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평범한 폐렴 환자로 오인된 A씨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오가면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A씨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른 환자들도 각자 또 다른 병원들에 다니며 감염자 수를 늘렸다.

특히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게 감염된 14번 환자(35)는 북적이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단 사흘 동안 무려 90명에 육박하는 3차 감염자를 만들어냈다.

방역당국의 계속된 헛발질도 사태 확산을 부추겼다. 선제 방역 대책으로 확산을 차단하기는커녕 이미 뚫린 구멍을 찾아 메우는 데에도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집중관리병원 14곳은 병원 문을 임시로 닫아야 했다. '초일류 병원'에서 '메르스 온상'으로 추락한 삼성서울병원도 정문에 '출입금지' 팻말을 세워야 했다.

◇ 방역 헛발질이 키운 국민 불안과 공포

사태 초기,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다녀간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의 방역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으니 가지 마라'거나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면 메르스를 막을 수 있다'는 등의 기상천외한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메르스의 공포가 실체보다 부풀려진 것이다.

동네의원까지 환자가 뚝 끊겼고 음식점, 놀이동산, 쇼핑몰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는 한동안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메르스 감염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학교도 2천 곳이 넘게 휴업·휴교를 단행했다.

당국이 뒤늦게 병원 명단을 전면 공개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의 불안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막연한 공포감은 극심한 내수 위축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11조원이 넘는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 의료진의 사투…마침내 종식 카운트다운

한때 하루에 23명씩 늘던 메르스 확진 환자 수는 6월 하순 이후 증가세가 둔해졌고 7월 5일 이후에는 환자가 추가되지 않았다.

7월 27일에는 마지막 자가격리자가 해제됐고, 정부는 이튿날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정부가 사실상의 종식을 선언한 지 약 2개월이 더 지나고 나서 최종 환자까지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른 공식 종식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29일 자정이면 162일 만에 대한민국 메르스 사태가 공식 종식을 맞이한다.

온 국민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 메르스 사태 기간에 국내에서는 확진 환자 186명이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사우디 다음으로 환자 수가 많다. 그러나 세계 수준으로 손꼽히는 국내 의료진의 적극적인 희생 속에 확진 환자 중 145명(78%)은 건강을 되찾고 퇴원할 수 있었다.

사망자 36명의 발생은 막지 못했지만 치명률(19.35%)은 전 세계 평균(38.3%)의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junm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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