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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메르스 사태 이후 첫 ‘면회실’ 운영한 병원의 ‘작은 소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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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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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 첫 면회실 운영 칠곡경북대병원

“면회실 가야해 불편하지만 문병객 들락날락 안해 좋아”


‘환자의 안전, 원내감염 예방, 건전한 병실문화 정책을 위해 병실면회를 제한합니다.’

6일 오후 대구 북구 호국로 칠곡경북대병원 본관 곳곳에 붙은 안내문이다. 본관 입구에는 ‘면회실 운영’이라는 펼침막도 결려 있다. 칠곡경북대병원(570여 병상)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이달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병실면회를 제한하고 별도 면회실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 로비 왼쪽에는 병실 방문객 이름을 쓰는 탁자가 놓여 있다. 문병 온 이들이 이곳에 이름을 쓰면 안내 직원이 해당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연락을 한다. 연락을 받은 환자는 1층과 2층 모두 4곳에 마련된 면회 공간에서 방문객을 만난다. 1층에는 좀 더 조용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면회실도 있다.

메르스 계기로 병실면회 제한
1·2층 4곳에 별도 면회공간 마련
“다소 번거로워도 감염예방 차원”
취지 설명하면 방문객도 협조적
환자들 “환자 위해서 맞는 방향”


면회실에서 만난 입원환자 이정희(54)씨는 “병원에 입원한 지 열흘 정도 됐는데 처음에는 면회 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아래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병실에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씨의 남편 김수일(60)씨는 “병문안을 오면 환자가 아래로 내려가서 만나는 게 처음에는 좀 불편하고 적응이 안 됐지만 그만큼 병실은 조용해져서 좋더라. (우리나라 병실문화가) 결국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환자를 위해서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본관 5층에 오르자 병실이 보였다. 간호사실 옆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병실은 조용했고, 대부분 환자만 있다. 전처럼 여러 명이 한꺼번에 병실에 찾아와 문병하는 장면은 사라졌다.

칠곡경북대병원은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가 있는 중환자실은 빼고 일반 병실을 대상으로 병실면회를 제한하고 있다. 또 입원환자의 보호자 한 명한테만 보호자증을 나눠주고 있다. 보호자증이 있어야 병실을 드나들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병원 쪽은 환자가 임종을 앞두고 있거나 수술 직전인 경우 병실면회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 갑자기 여러 명이 찾아와 멀리서 왔다며 병실면회를 강하게 요구하면 한 명씩 순서대로 보호자증을 목에 걸고 병실면회를 하기도 한다. 병원 쪽은 “‘아픈 환자가 어떻게 내려오냐, 내가 올라가야지’라고 하는 방문객도 있지만 환자의 감염 예방과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상당수는 협조를 해준다”고 귀띔했다.

조선영 칠곡경북대병원 고객서비스팀장은 “처음 병원에서 이 제도를 검토하면서 ‘과연 정착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많이 협조해주고 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서 작은 마찰도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을 보완해서 이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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