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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여야 “청문회 준하는 조사” 합의 하루 만에 다른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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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로그파일 제출 필수”… 여 “국정원 문 닫아야” 불가 입장

여야 간사에게 구체적 쟁점 떠넘긴 모호한 합의가 갈등 ‘불씨’

여야가 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 진상규명 방식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질의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방어막’을 치려는 여당과 청문회 수준의 효과를 보려는 야당의 의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새누리당 원유철(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상에 앞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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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난 23일 합의한 진상규명 방식은 국회 정보위원회 등 4개 관련 상임위에서 자료 제출 및 현안 보고를 받은 뒤 정보위에서 추가 질의를 하는 것이다.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청문회는 무산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청문회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서 하겠다”(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고 공언했지만, ‘준청문회’는 벌써부터 공언(空言)으로 그칠 조짐이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24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30개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그 자료를 제출하게 되면 (국정원은) 문 닫아야 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새정치연합이 국정원 현장조사 때 전문가 배석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그분이 가서 ‘다른 것도 있더라’ 한 마디 하면 정말 일파만파”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로그파일 등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할 수 있어야만 청문회 수준의 진상규명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로그파일을 국회로 가지고 와서 최고 전문가가 한 달, 길게는 석 달까지 분석한 결과로 청문회를 연다면 불법 해킹(과) 도청에 관한 상당한 부분이 알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도 기자간담회에서 “로그파일과 임모 과장 진술서를 포함한 국정원 감찰기록 등 30여개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상임위는 물론 청문회가 성립되기 대단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의 해석이 엇갈리는 것은 청문회로 못 박지 않고, ‘준청문회’라는 애매모호한 절충안에 합의한 탓이다. 청문회가 아닌 상임위 현안보고에선 위증에 대해 처벌하거나 자료 제출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

국정원이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이나 증언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여야는 로그파일을 포함해 자료의 범위와 제출, 증인 및 참고인 범위까지 정보위 간사 간 협의사항으로 넘겼다. 국정원 현장검증 시 전문가 대동 여부와 현안보고 절차도 간사 간 협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특히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때에 비춰보면 여야가 사사건건 충돌하며 진상규명이 유야무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야당으로선 일단 상임위에 제출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추가 의혹 제기 등을 통해 ‘여론전’을 펼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진우·조미덥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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